◎엑슨·모빌 합병으로/최고 20% 감원예고/구조조정 보잉 5만 퇴출/“노동자들만 희생” 지적세계적 대기업들의 인수합병(M&A)과 구조조정 붐이 일면서 전세계에 대량해고의 칼바람이 불고 있다. 유수기업들이 경기 침체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단행하고 있는 M&A와 구조조정으로 인해 적게는 5%에서 많게는 20%에 달하는 종업원들이 길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특히 올들어 집중적으로 대량 감원이 진행되고 있는 분야는 M&A가 본격적으로 이뤄진 통신·컴퓨터, 금융, 석유화학, 자동차업체 등이다.
1일 발표된 세계 최대 M&A인 미석유업체 엑슨과 모빌 합병으로 일자리를 잃게될 종업원은 양사 직원의 10%인 1만2,000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합병이 본격화하고 유가 하락세가 지속되면 해고 규모는 20%인 2만4,000여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앞서 미 뱅커스 트러스트 인수를 발표한 독일의 도이체방크는 업무가 중복되는 직원 5,500여명을 감원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11일 합병작업을 끝낸 자동차업체인 다임러크라이슬러사는 감원규모에 대해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합병전 다임러벤츠사와 크라이슬러사 직원을 대상으로 현재 본격적인 감원 작업에 들어갔다.
올들어 미국의 트래블러스와 씨티코프의 합병, 네이션스뱅크와 뱅크아메리카사합병, 월드컴의 MCI커뮤니케이션스의 인수, SBC 커뮤니케이션스의 아메리테크 인수 등으로 각 업체의 5∼10% 정도 종업원이 일자리를 잃었다.
M&A가 아니더라도 기업 구조조정의 여파로 인한 해고 규모도 엄청나다. 세계최대의 항공기제작업체인 보잉사가 1일 인원감축을 골자로 한 충격적인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보잉사는 아시아 경제위기에 따른 항공기수요 감소로 인해 인원감축이 불가피하다며 2년동안 2만명을 해고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보잉이 올들어 밝힌 총감원 규모는 7월의 2만8,000명을 합해 4만8,000명으로 늘어났다. 이는 고용인원의 20%에 해당된다.
스웨덴 자동차사 볼보도 이날 경쟁력 확보를 이유로 구조조정을 단행했는데 주내용은 내년 6월까지 종업원의 7%인 5,300명을 감원한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생산성과 경쟁력 확보라는 명분으로 단행하고 있는 M&A와 구조조정으로 인한 대량해고는 재취업 촉진을 위한 교육, 일시해고, 재고용(리콜) 등 기업의 해고회피 노력이 부족하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배국남 기자>배국남>
◎기업들 M&A 뭘 노리나/주가동반상승·비용절감에 경영다각화까지 ‘일석삼조’
올해들어 뜨겁게 진행된 인수·합병(M&A)은 세계 최대 기업 제너럴 모터스(GM)를 능가하는 석유 공룡기업 엑슨모빌의 탄생으로 최고조에 달했다. 지난달 미 월가에서만 하루동안 10여건의 M&A가 성사됐다. 세계의 거대기업들이 M&A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M&A 붐의 원동력은 미국과 유럽 주식시장 대활황이었다. M&A를 모색하는 양측 기업의 주가가 동반상승하기 때문에 M&A를 통해 누구도 잃을 게 없는 상황이 마련됐다. 더욱이 경기호황에 따른 자금동원력의 증가로 인수기업 입장에서는 기업가치 극대화라는 공격적 전략을 현실화할 수 있다.
엑슨모빌의 경우 하루 산유량은 25억배럴로 쿠웨이트와 맞먹는 규모이고 하루 666만배럴의 정유 능력을 보유하게 돼, 몸집불리기를 통해 얻는 효과는 상당하다. 합병이후 감원 등 대대적 수술을 통해 단기적으로 28억∼40억달러의 비용절감 효과를 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주로 북미지역에 집중하고 있는 엑슨은 모빌의 국제적 사업망을 이용, 경영 다각화까지 노리고 있다.
지난달 30일 발표된 독일 최대 은행 도이체방크와 미국 뱅커스트러스트간의 합병도 연간 17억달러의 비용절감 효과를 얻고 「하부구조 개선」을 통해 조만간 10∼15%의 수입증가를 노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엑슨모빌의 탄생을 1911년 반독점소송으로 해체된 거대석유제국 「스탠더드 오일」의 부활로 보고 있다. 반독점당국은 합병의 합법성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벼르지만 전문가들은 당국의 위협이 합병진행에 큰 장애가 되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도리어 엑슨모빌이 이미 추진하고 있는 주유소와 정유소의 감축 등 구조조정을 촉진시키는 외부충격 효과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김정곤 기자>김정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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