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기업 줄도산에 거리엔 실업행렬…/외환늘고 금리하락 최악상황 지났지만 경제개혁은 미완성『한국 국민에게 국제통화기금(IMF)은 불행으로 가장된 축복이다』 지난해 12월3일 미셸 캉드쉬 IMF 총재가 구제금융지원의향서에 사인하면서 던진 말이다. 그후로부터 1년. 「주식회사 대한민국」은 만신창이가 됐다.
■몰락하고 붕괴된 1년
한국일보와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실시한 공동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절반이상이 최근 1년간 소득의 30%이상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IMF 1년」의 대표적인 특징은 중산층의 몰락이다. IMF의 요구에 따른 초긴축·고금리정책으로 국민소득이 10년전 수준으로 추락하면서 일찌감치 예견된 불행이다.
중산층 뿐 아니라 은행과 재벌의 「불사(不死) 신화」는 모두 막을 내렸다. 5개은행을 비롯한 91개 금융기관이 문을 닫았고, 재벌불사도 전설이 됐다. 실질실업자가 200만명을 넘어서면서 평생직장의 믿음도 산산이 깨졌고, 유사이래 증가세를 멈추지 않았던 소비가 15%나 줄어들 정도로 살기가 팍팍했다.
■최악의 위기상황은 넘겼다
그러나 「IMF 1년」은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의 한해로 기록된다. 외환위기 이후 정부와 민간기업들이 달러 끌어모으기에 총력을 기울인 결과, 지난해말 바닥이 드러났던 가용 외환보유고가 460억달러를 넘어섰고 순외채도 지난해말에 비해 절반밑으로 줄어들었다. 이 정도면 제2의 환란은 없다고 소리칠만도 하다. 지난해 12월 2,000원에 육박했던 원·달러환율이 1,200원대로 내려앉았을 뿐 아니라 금리가 점차 내리면서 시중에 돈이 풀릴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다.
각종 경기지표에서도 청신호가 뚜렷하다. 재고가 96년 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고 생산도 상승국면으로 진입했다. 소비도 일부 고가품을 중심으로 호전되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개혁 늦추면 영원한 3류
이규성(李揆成) 재정경제부 장관은 최근 『경기움직임으로 볼때 경기저점이 예상(내년 3∼4월)보다 빨리 올 것 같다』고 밝혔다. 정부의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그의 말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경제개혁을 마무리하고 기업의 자생력과 경쟁력을 높이지 않는 한 경기저점은 또 다른 「거품」에 불과하다는 것이 국내외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세계적인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와 무디스가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아직도 「투자부적격 채권(정크본드·쓰레기채권)」에 묶어놓고 있는 것도 재벌을 비롯한 기업구조조정이 미흡하고 금융과 공공개혁도 미완성이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이제 기존질서를 재편하고 체질을 강화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 재벌 계열의 삼성경제연구소는 2일 이같이 경고했다.<김동영 기자>김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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