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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의 교훈과 과제/尹永寬 서울대 교수(한국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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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의 교훈과 과제/尹永寬 서울대 교수(한국논단)

입력
1998.1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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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해는 정말 10년같은 1년이었다. 한 때는 아시아의 용이라던 한국경제가 벌거벗은 모습을 만천하에 드러내버렸다. 차라리 꿈이었으면 싶을 고통이 계속되고 있지만 국민들은 아직도 이를 악물고 버티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고통이 헛되지 않도록 IMF위기가 던져주는 교훈의 핵심을 철저하게 파악하고 실천하는 일이다.그런데 요즈음 개혁과정을 지켜보면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게 아닌가 염려된다. 금융 기업 정부 노동부문의 구조개혁은 시급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은 이들 부문간의 상호관계의 틀을 바꾸는 문제이다. 쉽게 말해 지금의 위기는 이들 부문이 한통속으로 맞물려 돌아가는 집중의 구조에서 비롯되었고 이 집중의 연결고리를 차단하지 않으면 위기는 언제든지 다시 올 수 있다.

많은 학자들은 IMF위기가 금융과 기업부문의 「도덕적 해이」에서 비롯되었다고 진단한다. 오랫동안 우리 정부는 금융기관을 스스로 수익을 추구하는 경쟁력있는 산업으로 키우지 않고 경제성장을 위한 동원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금융기관들은 정부의 지시에 따라 대출해 주었고 그러다 보니 정부는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에 대해 책임을 질 수 밖에 없었다. 정부와 금융이 맞물려 돌아간 것이다.

정부가 보증을 섰으니 외국 투자가들은 안심하고 국내 금융기관에 많은 자본을 빌려주었다. 그리고 재벌기업들은 은행들로부터 빌린 자금으로 모험적인 투자를 하면서 팽창해 나갔다. 누적된 부실채권으로 은행들은 이미 재벌기업의 포로로 잡혀있는 터였다. 마치 적벽대전에서 조조의 배들이 쇠사슬로 연결되어 있다가 불화살로 당했던 것처럼, 재벌그룹의 기업들이 서로서로 연결되고, 기업과 은행, 은행과 정부, 기업과 정치권이 공동운명체로 맞물려 돌아가다가 국제투자가들의 불화살을 맞은 것이 IMF위기였다. 이 연결의 고리들이 이른바 「도덕적 해이」라는 것이다.

결국, 도덕적 해이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건전한 경제의 틀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일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기업과 금융이 한통속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감시와 차단장치가 필요하다. 그런데 웬일인지 정부는 최근까지 재벌의 은행소유를 허가하는 데 상당히 긍정적이었다. 과거 종금사들이 어떻게 소속 그룹의 사금고가 되어 IMF위기의 뇌관 역할을 했는지 뻔히 보았는데도 말이다.

그동안 정부는 기업이 독자적인 경쟁력을 키우지 않고서도, 다른 잘나가는 기업으로부터 자금지원을 받아 생존해나가는 관행을 방관해왔다. 그 결과, 부실기업 하나만 망해도 될 것을, 한보이래 수많은 재벌그룹들이 통째로 도산했다. 그래서 이러한 기업들간의 연결고리를 잘라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도 웬일인지 재경부 중심의 경제정책 결정자들은 부당내부거래조사를 위해 필요한 계좌추적권을 공정거래위에 부여하는데 반대해왔다.

정치권과 기업이 한통 속으로 돌아가다가 엄청난 일을 저질렀던 것이 한보사태였다. 선진자본주의 국가의 기준으로 본다면 코미디같은 수많은 일화들을 만들어내면서 말이다. 그렇다면 이것을 막기위해서는 돈안드는 정치를 위한 입법이 당장 시행되어야 할텐데도 요원하기만 하다. 아직도 국회의원들은 지구당을 운영하는데 한 달에 수천만원이 든다고 한다. 그 큰 돈을 과연 어떻게들 조달하고 있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IMF위기의 최대 과제는 과거의 부실을 정리하는 것 못지않게 그런 부실을 만들어내는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일이다. 경제부문들 간에 한통속으로 맞물려 돌아가는 집중의 연결구조를 차단하고 적절한 감시와 견제장치를 통해 시장기능이 작동하게 해야 한다. 그것이 이 추운 겨울에도 고통을 감수하는 실직자, 노숙자, 서민들에게 보답하는 길이다.<국제정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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