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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몰랐던 인어공주/서화숙 문화과학부 차장(여기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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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몰랐던 인어공주/서화숙 문화과학부 차장(여기자 칼럼)

입력
1998.1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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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공주 이야기를 가끔 딸들에게 공부를 좀 하라는 뜻으로 풀어준다. 안데르센동화에 나오는 인어공주는 인간인 왕자를 사랑해서 목소리를 마녀에게 바치고 다리를 얻는다. 인간이 되어 왕자 곁에 갈 수 있었지만 왕자는 풍랑 속에서 자기를 구해주었다고 여기는 외국의 공주와 결혼한다.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사정을 전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이 동화를 끌어가는 힘이다. 사랑을 얻지 못한 인어공주는 거품으로 사라져버린다.『참 답답하지, 말 못한다고 의사를 전달 못하니. 글을 배웠으면 글로 쓰면 되는데. 공부를 못한 게 이렇게 큰 문제야. 너도 공부를 안하면 결정적일 때 써먹을 수가 없단다』 물론 우리 딸들이 자라서 왕자를 찾을 일은 없다. 다만 자기가 뜻하는 바가 있어도 글을 모르면, 공부를 못하면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어공주 이야기로 강조하는 것이다.

물론 이건 절대로 과장이 아니다. 지상의 공주는 아니었던 인어공주는 정말로 글을 몰랐을 것이다. 동화의 배경인 봉건시대에는 왕족과 귀족 수도자 일부만 글을 알았다.

그런 점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야말로 만인에게 평등을 보장하고 계층간 차별을 방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우리나라는 교육기회에 관한 한 역사적으로도 가장 개방적인 나라이다. 서양의 귀족들이 자녀를 가르치기 위해 가정교사를 집으로 들였다면 우리나라의 양반들은 훈장을 초빙하여 마을에 서당을 열었다. 지금도 미국이나 프랑스에서는 명문대일수록 학비가 비싸지만 우리나라는 서울대가 가장 학비가 싼, 좋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최근 들어 빈부격차가 심해지는데 국가의 정책마저 가난한 청소년들이 교육받을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는 데 있다. 국회가 내년도 예산에 실직자 자녀에 대한 학비지원을 반영하지 않기로 해서 전국의 중·고생 29만명이 중도에 학교를 그만둬야 할 위기에 놓여 있다(한국일보 2일자 22면 보도)고 한다. 국회의원들의 세비를 못 주는 한이 있어도 실직자 자녀들을 위한 교육예산은 확보되어야 한다. 잘못이 바로 잡히도록 전국의 어머니들은 국회에 항의전화라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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