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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核에 대한 당근과 채찍/최규식 정치부장(광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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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核에 대한 당근과 채찍/최규식 정치부장(광화문)

입력
1998.1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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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카트먼 특사가 평양을 다녀 오고, 클린턴 대통령이 한국에 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만나면서 며칠간 온나라를 핵 불안에 몰아 넣었던 북한 금창리 지하시설 얘기가 조용하다. 그렇지만 내일(4일)부터 북한과 미국이 뉴욕과 워싱턴으로 자리를 옮겨가며 「핵의혹 규명」 협상을 하게 되면 또 며칠 이 문제로 떠들썩할 것이다. 지난번 평양에서의 협상과 이번 만남 두번으로 쉽게 해결될 일이 아닌데도.금창리 지하시설 핵의혹 문제는 93년 3월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선언부터 94년 10월 북미 제네바 합의 때까지 간단없이 계속된 북한 핵위기와 닮은 꼴이 돼갈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핵의혹」을 협상용으로 삼고 있는 것이 우선 닮았다. 북한은 이번에도 쉽사리 카드를 내보이지 않을 것이다. 지하시설이 핵시설용이라고 밝히는 것도 「바보짓」이지만, 설령 아니라해도 일찌감치 보여줌으로써 카드를 버릴 리가 없다. 이른바 갈 데까지 상대를 끌고가는 벼랑끝 전략이다.

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태도와 협상전략에 대해 미묘한 시각차이를 보이는 것도 닮았다. 강온론이 바뀌었을뿐. 93년 7월 미국이 북한을 상대로 영변 핵시설 문제를 놓고 협상을 벌일 당시 김영삼(金泳三) 대통령은 미 뉴욕 타임스와의 회견에서 미국을 대놓고 비난했다. 북한이 핵무기 개발에 필요한 시간을 벌기 위해 협상을 이용하는 것인데 미국이 계속 끌려다닌다는 것이었다. 그해 11월 워싱턴을 방문한 YS가 클린턴 대통령이 북한과의 「일괄 협상안」을 내밀자 격노한 것도 유명한 얘기다. 93∼94년 북핵 위기때 미국의 우선 목표는 북한의 핵개발을 동결시키는 데 있었다. 그래서 막바지 한때 북폭을 계획한 적도 있지만 내내 북한을 달래는 쪽이었다. 반면 한국은 핵도 핵이지만 미국이 한국을 배제한 채 북한과 가까워지는 것에 불만과 불안을 느꼈다. 이 틈을 북한은 한껏 이용했고 제네바 합의가 그 결과물이다. 이 합의는 북한의 핵개발은 동결시켰지만 과거의 핵개발 여부는 묻어둔 불완전한 것이었다.

지금 금창리 시설을 놓고는 한미의 처지가 좀 다르다. 미국은 내년 5월까지 이 시설의 성격을 규명하지 못하면 대북 중유지원 예산을 확보할 수 없다. 의회가 그렇게 못박아 놓았다. 미 정부는 그렇게 되면 제네바 합의가 깨지는 것이라며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 한국은 금강산 관광길이 열려 햇볕정책이 그야말로 빛을 발하고 있는 판에 남북간에 긴장이 조성되는 것이 내키지 않는다. 한미간에 틈이 생기면 이번에도 북한은 이를 지렛대 삼아 협상전략을 구사할 게 뻔하다.

북한의 벼랑끝 전략은 상대에게 벼랑에서 같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위협하는 것이지, 함께 추락하는 것이 목표는 아니다. 당근과 채찍이 함께 필요한 이유다. 이를 위해서는 한미가 똑같은 목소리를 내야 한다.

미국은 의회를 비롯한 국내 보수여론을 의식, 대북 긴장을 높이는 방향으로만 가서는 안된다. 그렇지 않아도 금창리 지하시설 핵의혹 논란이 커진 것은 미국내 보수강경세력이 정보를 유출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도 햇볕론이 전부는 아니어야 한다. 청와대 고위관리는 『금창리 시설이 핵시설용이라고 하더라도 가동되려면 6년이 걸리는데, 북한이 제네바 합의를 깨고 영변시설을 재가동하면 6주만에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다』고 했다. 북한을 자극하지 말자는 얘기로, 미국의 불필요한 강경론을 견제하는 발언이겠지만 지나치게 낙관적인 발상이다. 한미 양국 정부 모두 강경여론이나 상징적인 정책에만 신경을 써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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