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개 그룹 사실상 해체… 실질실업 200만… 5개 부실銀 퇴출국제통화기금(IMF) 1년은 한국경제가 전혀 겪어본 적도 없고 또 예상조차 못했던 숱한 일들을 몰고 왔다. 모든 것이 상상을 뛰어넘었다. 은행과 거대그룹이 쓰러지고 원·달러환율이 사상 처음으로 2,000원을 돌파했다. 1년간의 격변중 굵직한 10가지를 정리한다.<편집자주>편집자주>
■뉴욕외채협상
정부는 1월21일부터 28일까지 뉴욕에서 외국채권은행단과 5차례에 걸친 협상을 벌여 단기외채(1년미만) 214억달러를 1∼5년의 중장기로 연장하는데 성공했다. 이로써 국가부도(모라토리엄)사태를 면할 수 있게됐다. 당시 우리나라 외환보유고는 39억달러로 내려가는등 최악의 외환위기를 맞고있었다.
■은행퇴출
정부는 6월29일 동화 대동 동남 충청 경기등 5개 부실은행을 강제퇴출키로 결정했다. 퇴출은행 직원들이 이에 반발, 전산실을 점거하거나 출근을 거부, 1주일여동안 퇴출은행 업무가 마비되는 금융혼란이 빚어졌다. 5개 퇴출은행은 국민 주택 신한 하나 한미등 5개 우량은행이 인수했다.
■기업해외매각
한라펄프 신호제지 E마트 두산맥주 한국마크로 한화기계 등 한때 국내 경제의 버팀목이던 기업들이 올들어 외국으로 팔렸다. 올해 총 해외매각규모는 총 55억3,000만달러. 매각액 3,000만달러 이상만 37건, 35억6,700만달러에 이른다. 지금도 줄잡아 100억달러어치 이상의 기업들이 매물로 나와있다.
■주가폭락
IMF구제금융신청 직후 폭락했던 종합주가지수는 올 상반기 들어 500선을 회복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구조조정의 회오리가 몰아치면서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퇴출기업 발표직전인 6월16일 종합주가지수는 280.00으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심리가 호전되면서 주가는 다시 400선을 넘어섰다.
■환율급등
IMF구제금융협상 막바지인 지난해 12월24일 오전 달러를 산 고객들은 달러당 2,082.68원을 내야 했다. 잠시 진정세를 보였던 환율은 뉴욕외채협상이 진통을 겪던 1월9일 다시 1,810원까지 급등했다. 이후 가용외환보유고가 늘어나고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달러당 1,200원대 환율로 자리잡았다.
■현대차파업
현대자동차 파업사태는 노동법개정후 정리해고가 첫 적용된 대규모사업장의 분규라는 점에서 국내외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현대사태에 대한 정부당국과 정치권의 과도한 개입은 국가신용도를 떨어지게 하는 악재로 작용했다. 5월부터 간헐적으로 계속된 현대차분규는 외자유치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기아차매각
환란의 직접적인 원인중 하나였던 기아자동차사태는 1일 현대가 주식인수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지난해7월 부도유예협약적용이후 1년반만에 마무리됐다. 기아입찰은 포드 GM등 세계적 메이커는 물론 국내 3사가 모두 참여해 경합했지만 1,2차의 입찰이 유찰되는 난항을 겪은 끝에 현대로 낙찰됐다.
■소떼방북
금강산관광 현대그룹은 정주영(鄭周永) 명예회장의 두차례 방북을 통해 금강산관광사업의 결실을 맺은 동시에 남북경협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정명예회장은 6월방북에서 소떼를 몰고 판문점을 통과하는 세기적인 이벤트를 연출,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10월방북에서는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도 면담했다.
■실업
IMF체제로 기업이 줄줄이 쓰러지고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미증유의 대량실업사태가 터졌다. 3월에는 하루에 1만명의 실업자가 쏟아졌다. 통계청이 공식발표한 실업자(1주일에 1시간 일거리도 없는 사람)는 157만2,000명에 달한다. 불완전취업자를 합친 사실상의 실업자는 이미 200만명을 넘어섰다.
■재벌개혁
IMF체제는 재계의 대마불사(大馬不死)신화를 무너뜨리고 재벌판도를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30대그룹중 기아 등 16개그룹이 사실상 해체되고 말았다. 부도로 쓰러지거나 화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적용받은 것이다. 문어발식 확장과 총수의 황제식 경영도 근본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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