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아침 사회부로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저, 국립의료원에 컴퓨터 한 대를 기증하려고 하는데…』 머뭇거리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구모(42·서울 성북구 동선동 2가)씨.혼자 사는 노인, 소년·소녀가장, 영세민 등 의료보호환자들을 주로 진료해온 「서민의 병원」 국립의료원이 재정난을 겪고 있다는 소식(본보 1일자 21면)을 아침신문에서 보고 컴퓨터 기증의사를 밝혀온 것이다.
『저도 형편이 좋지는 않아요. 요즘은 하루하루 연명하기도 급급할 정도입니다. 하지만 「없는 사람」 마음은 「없는 사람」이 제일 잘 안다고 「서민의 병원」의 딱한 사정을 도저히 모른체 할 수 없었어요』
전형적인 서민이라고 밝힌 구씨는 자신의 이력을 조심스럽게 털어놓았다. 중학교 졸업후 모신문 보급소에서 20년 넘게 일해오면서 요즘도 새벽에는 직접 배달까지 하는 등 누구보다 열심히 살고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필생의 목표인 조각가의 꿈을 어떻게든 이루기위해 독학으로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
사실 신형컴퓨터 구입에 드는 200만원 안팎의 돈은 구씨에게는 만만치않은 부담이다. 언젠가 있을 작품전을 위해 그동안 월급을 쪼개가며 매월 3만∼4만원씩 차곡차곡 모아온 돈을 「전용」해야 한다.
『조금만 고생하면 돈은 또 언제든지 모을 수 있겠지요. 형편이 더 좋아지면 매년 한 대씩 기증하고 싶은데 될지 모르겠어요』
구씨의 마음을 전달받은 국립의료원측은 『올초부터 독지가들의 도움이 거의 끊긴 상태』라며 고마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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