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소득 77억弗 늘고 성장률도 1.8%P 상승/41만명에 새 일자리/실업률 2%P 떨어 뜨려『수출마저 무너졌더라면 한국경제는 파산상태에 접어들었을 겁니다』 구평회(具平會) 한국무역협회 회장이 지난달 30일 무역의 날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환란 1년, 아직도 금융과 기업구조조정은 진행중이지만 30%까지 치솟던 금리는 10%대로 떨어지고 원화환율도 안정세를 되찾고 있다. 바닥모르고 떨어지던 주식시장도 활력을 되찾는 모습이다. 일단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된 셈이다.
경제가 이나마 기력을 회복한 데 대한 공로를 꼽는다면 수출일 것이다. 수출이 지탱하지 못했다면 400억달러에 가까운 무역흑자를 낼수없고 제2의 환란에 대비해 외환보유고도 제대로 쌓을 수 없었을 것이다. 실업이 더욱 큰 폭으로 늘어났을 것임은 두말할 나위없다.
올수출은 10월말 현재 1,085억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0% 줄어들었다. 연간수출이 감소한 것은 58년(25.9% 감소) 이후 40년 만의 일이다. 수출부진의 원인은 우선 해외시장여건악화를 들수있다. 수출의 절반 가량을 차지해온 아시아각국시장은 경기침체로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역으로 아시아국가들 모두 위기탈출을 위한 총력전을 펼치는 바람에 경쟁은 격화하고 있다. 여기에 금융경색등 내부의 문제도 한몫했다. 기업부도에 의한 수출차질액이 60억달러로 추정될 만큼 기업구조조정은 정상적인 수출활동을 가로막고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은 신용경색으로 기업의 자금줄을 죄고 있다.
이같은 최악의 상황을 딛고 수출은 나름대로의 성적을 거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대만이나 싱가포르 등 주요 경쟁국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나은 성적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등 아세안 5개국 수출은 평균 6.3% 줄어든 1,835억달러에 머물렀고 금융구조조정과 경기부진을 겪고있는 일본은 10월까지 2,855억달러를 수출해 역시 9.9% 줄어들었다. 중국만이 유일하게 1,341억달러로 소폭(3.1%) 증가했을 뿐이다.
수출이 상대적으로 괜찮았다는 사실은 지난해보다 20% 이상 늘었다는 물량기준에서도 나타난다. 수출물량이 20% 늘었는데 금액으론 3% 감소했다는 것은 그 만큼 수출상품의 단가가 하락했다는 의미다. 환율급등으로 가격경쟁력이 생긴 수출업체들이 수출가격을 큰 폭으로 내렸기 때문이다.
올수출이 남들에 비해 나았다고 방심할 수는 없다. 내년도 수출환경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주력시장인 동남아 중남미 일본 중국 등의 경기는 내년에도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수출이 경제전반에 미치는 파급영향은 절대적이다. 수출이 증가하면 고용이 늘고 국민소득 역시 올라간다. 수출이 10% 늘어나면 국민소득이 77억달러 증가하고 경제성장률은 1.8%포인트 높아진다. 1인당 GNP(국민총생산)도 170달러 늘어나 4인가족기준 연간 100만원 가까이 소득이 증가한다. 또 41만명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 실업률을 2%포인트 가까이 낮출수 있다. 수출에 우선순위를 두고 화력을 집중해야하는 이유는 얼마든지 있는 셈이다.
결국 환란을 탈출하는 유일한 비상구는 수출이다. 자원빈국이 한강의 기적을 이루는 동력이 수출이었던 것처럼 다시 한번 벼랑끝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업 가계 정부 모든 주체는 수출입국의 기치아래 역량을 결집해야 할 때다.<이재열 기자>이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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