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청문회, 예산안처리 문제에 「총풍(銃風)」의 회오리까지 몰아쳐 정국 상황이 더욱 꼬이고 있다. 여권이 1일 「선(先)예산안 처리 후(後)경제청문회 실시」를 공식화함에 따라 일단 경제청문회문제에 대해서는 여야 모두 한 숨 돌릴 수 있게 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총풍사건에 격앙된 야당이 여전히 예산안의 법정시한내 처리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이 사안의 해결여부가 정국의 향방을 결정적으로 좌우하게 될 전망이다.◎예산안 처리/막바지 접전 돌입/공공근로사업비는 되레 입장차 커져
예산안 법정처리 시한을 하루 앞둔 1일 여야는 국회 예결특위의 계수조정 소위를 가동, 막바지 대접전에 돌입했다. 그동안 종합정책질의 및 부별심사를 거치기는 했으나 제2건국운동 지원이나 공공근로사업비 삭감 등 핵심 쟁점에 대한 이견 해소는 여전히 난제로 남아 있다. 또 이날 여야 총무회담에서도 예산안의 시한내 처리에 대한 속시원한 결론이 나지 않아 예산안 타결은 진통끝에 시한을 넘길 가능성이 커졌다.
규모가 크지도 않으면서 최대 걸림돌로 부각된 것은 제2건국운동과 관련된 예산. 야당은 제2건국운동지원(20억원) 국민운동지원(150억원) 지방행정서비스요원고용(600억원)등 770억원이 모두 이 운동과 관련된 예산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최근 야당은 이 부분중 20억원 정도는 운영경비로 인정할 수 있다는 카드를 내놓았으나, 거꾸로 여당은 770억원중 20억원 정도만 삭감 가능하다는 태도여서 현재로선 접점이 없다.
공공근로사업비에 있어서는 여야간 입장 차가 오히려 커졌다. 야당은 당초 2조원의 예산중 7,000억원 삭감을 주장하다 삭감 폭을 1조2,000억원으로 늘려 잡았다. 여당은 실직자에 대한 직접구제도 중요한 만큼 대폭 삭감은 어렵다는 입장. 공공부문에서의 예산절감에 있어서도 야당은 정부원안보다 1조∼1조5,000억원의 추가삭감을 요구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특이한 대목은 당초 사회간접자본(SOC)투자확대를 요구하던 야당이 1조원 규모의 삭감을 주장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야당은 여기에다 국공채 이자보전금 하향조정에 따른 1조원을 더하는 등 총 5조원 규모의 재원을 마련, 주택·건설사업 및 수출산업 지원으로 돌리자는 주장이다. 이에대해 여당은 『지역구 선심성 예산배정을 위해 국책사업을 희생하자는 논리』라며 반대하고 있다. 반면 논란이 예상됐던 안기부예산은 의외로 야당이 탄력적 태도를 보여 쟁점에서 벗어났다. 여야는 85조7,900억원의 예산총액은 대체로 원안을 유지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으나 세입결손분 4,300억여원의 순삭감은 불가피한 상황이다.<고태성 기자>고태성>
◎경제 청문회/‘8일 개최’는 어려워/예산안 처리따라 연내·내년초 결정
경제청문회의 운명이 계속 안개속을 헤매고 있다. 1일 현재 확실한 사실은 여야 총재회담의 합의대로 8일부터 청문회를 열어 증인신문에 들어가려던 계획은 사실상 무산됐다는 점이다. 여당이 「8일 청문회 개시」를 관철시키기 위해 늦어도 2일까지는 국정조사계획서를 단독 강행처리하겠다던 입장을 1일 철회했기 때문이다. 여당이 내세운 이유는 「선(先)예산안 처리 후(後)경제청문회」. 『예산안을 원만하게 처리하기 위해 경제청문회 문제에는 유연하게 대처하겠다』는 얘기다. 따라서 앞으로 경제청문회문제의 향방은 예산안처리결과와 밀접한 관계를 맺게 됐다.
여권은 그러나 단독 강행처리를 유보하면서도 두 가지 원칙은 계속 고수해 나갈 것임을 강조했다. 하나는 가급적 연내에 청문회를 열기 위해 최대한 노력한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청문회 협상과 관련해 「조사 특위위원장 여당 할애 및 위원 수의 여대야소 구성」을 관철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를 감안해 먼저 예상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예산안이 법정시한인 2일에 통과되는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여당은 3일부터 본격적으로 연내 청문회개최를 위해 야당과의 협상에 박차를 가하려 들게 확실하다. 야당이 쉽게 여당 뜻을 따를 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연내 개최 여지는 커지게 되는 셈이다.
두번째 경우의 수는 예산안 처리가 시한을 넘겨 지연되는 것이다. 물론 얼마나 끌 지가 관건이지만 청문회개최에 필요한 절차와 시간을 감안해 보면 길게 잡아도 이번 주내에 예산안이 통과되지 못할 경우 여야 합의하에 연내 청문회를 여는 것은 어렵다고 봐야 한다. 국민회의 고위 관계자들이 1일 한결같이 연내 청문회 개최 원칙에 「가급적」의 단서를 단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야당이 예산안을 너무 오래 붙잡고 있을 경우 여당이 「참다 못해」 경제청문회 문제에까지 강수를 두고 나올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지만 현실성은 적어 보인다.
결국 예산안이 언제 국회에서 통과되느냐에 따라 청문회의 운명은 연내 개최, 「내년으로의 이월」, 무산중 하나가 될 것 같다.<신효섭 기자>신효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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