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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의 과제(격변 IMF 1년:12·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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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의 과제(격변 IMF 1년:12·끝)

입력
1998.1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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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경제회생 두 토끼 잡아라/거품경제 상징 재벌개혁 더욱 고삐/경기부양 ‘풀린돈’ 제대로 쓰이도록 유도/금융안정세,실물경기 살리는 계기로한국경제의 위기는 「1차 방정식」이 아니다. 좀처럼 양립하기 어렵고, 순기능과 역기능의 크기를 좀처럼 가늠키 어려운 과제들이 국제통화기금(IMF)체제 1년을 보낸 우리 경제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구조개혁을 위해 고통감내를 호소하면서도 동시에 경기부양으로 고통을 줄여야하는 것이 현실이다. 수많은 실업자를 쏟아내는 부실기업·금융기관정리와 감량경영을 단호하게 밀고나가면서 다른 한편으론 실업억제와 채용확대를 촉구해야만 한다. 악몽같은 외환위기를 다시 겪지 않으려면 길은 경상수지 흑자확대 뿐이지만 얼어붙은 소비·투자심리에 불씨를 지피려면 수입증가를 피할 방법이 없다. 얽힌 실타래와도 같은 형국이다.

그러나 선택의 여지는 없다. 더이상 퇴로도 없다. 전술적 우선순위는 있을지 몰라도 하나를 위해 다른 하나를 희생시키거나, 하나를 먼저 얻고 다른 하나는 나중으로 미루려 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파국만이 기다리고 있다.

■물러설 수 없는 개혁

낡은 구조를 해체하는 작업은 그 구조를 향유했던 기득권의 저항을 돌파하는 과정이다. 금융개혁이든, 재벌개혁이든, 공공개혁이든 마찬가지다.

개혁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재벌, 특히 5대 재벌이다. 이들의 총매출액(308조원)은 국부(국내총생산기준 420조원)와 규모를 단순비교할 경우 73%를 차지하고 이들이 안고 있는 빚(170조)은 나라예산의 두배에 달한다. 이 거대한 경제권력, 소액주주는 목소리조차 낼수 없는 개인왕국, 다양한 기법(내부거래 상호지급보증 우호출자등) 으로 계열사끼리 돈을 주고받으며 자산을 부풀린 거품더미를 근원적으로 뜯어고치지 못하는 한 한국경제의 위기극복이란 있을 수 없다.

재벌의 부실화는 곧 금융의 부실화이고 그 모든 부담은 국민혈세의 소진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민재산수호라는 국가본연의 임무를 위해서라도 재벌개혁은 불가피하고 시급한 과제다.

적어도 80년대 이후 재벌개혁을 외치지 않은 정권은 없었지만 성공한 정권 역시 없었다. 퇴로를 차단시킨 IMF체제는 재벌개혁의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금융개혁도 결코 끝난 것은 아니다. 암세포(부실기관)는 도려냈지만 체력회복의 길은 멀기만 하다. 수퍼은행탄생, 국제결제은행(BIS)자기자본비율제고, 국제회계기준도입등 「하드웨어」의 개혁 못지않게 옥석을 가리지 못하는 낙후된 심사기법, 고객과 주주보다는 아직도 권력을 향해 뛰는 경영진, 국민세금으로 돈잔치를 벌이는 금융계 전반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같은 낡은 「소프트웨어」의 개혁이 더 중요한 일이다.

■늦출 수 없는 실물경기회복

먹고 잠잘 수 있는 기본권조차 흔들리는 한국경제는 가히 존립의 위기를 맞고 있다. 플러스 5% 성장, 2% 실업률도 성에 차지 않았을 만큼 전진일변도의 경제에 길들여진 한국인들로선 마이너스 6% 성장, 200만 실질실업자, 2만개가 넘은 부도업체, 25%가 넘는 소득감소는 모든 면에서 견디기 힘든 것이었다.

3·4분기를 고비로 경기가 조금씩이나마 살아나고 있다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경기가 바닥권에 진입했다』(한국은행 전망) 『내년초엔 저점통과가 확실시 된다』(모건스탠리보고서) 『2000년께 한국은 IMF체제를 졸업할수 있을 것』(미셸 캉드시 IMF 총재)이란 낙관적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모든 것은 정책하기에 달려 있다. 바닥권의 경기를 바로 지금 끌어올리지 않는다면 실물기반은 완전파괴될지도 모를 일이다. 통화·재정확대같은 단순한 거시적 팽창정책만으론 경기는 살아날수 없다. 여전히 기업들을 옥죄는 두자릿수 고금리, 뒷걸음질치는 수출, 정치인들의 잔치로 끝나는 예산배분등은 어떤 경기부양책도 무효로 만들고 있다. 단순히 돈을 풀 것이 아니라 풀린 돈이 제대로 도는지, 수출금융폭을 무조건 넓힐 것이 아니라 일선현장에서 제대로 집행되는지를 꼼꼼히 따지는, 「미시적 접근」이 시급하다.

■개혁과 경기부양의 접점을 찾아

구조조정과 경기부양은 함께 서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우리경제는 하나를 뒤로 미룰 만큼 여유롭지는 못하다. 실물기반이 파괴된 상황에선 개혁이 있을수 없으며 구조조정이 없이 살아난 경기 역시 거품일 뿐이다. 한국개발연구원 조동철(趙東徹) 박사는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가되 보다 안전한 구조조정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IMF 1년을 보낸 우리에겐 50대 50의 절묘한 조화로 개혁과 경제회복의 두마리 토끼를 잡아야하는 과제가 부여돼 있다.<이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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