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기(韓成基)씨의 법정 진술과 관련, 검찰의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 소환설이 전해진 1일 이총재는 극도로 격앙됐다. 이총재는 신임당직자 임명장 수여식에서 『우리당이 새출발하려는 시점에 맞추어 이처럼 괴롭히고 공격하는 작태는 3김시대 구태정치로 굉장한 분노를 느낀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여권은 자신들이 필요할 때는 대화를 거론하다가 우리가 어느 정도 숨을 고르면 또다시 목을 조르는 행태를 되풀이하고 있다』면서 『이 정권의 도덕성이 어디까지 떨어지는 지 보고 싶다』며 노기(怒氣)를 숨기지 않았다.이총재의 이런 언급에는 한씨의 진술이 검찰과 안기부의 협박, 회유에 의한 날조라는 단정이 전제로 깔려있다. 이총재는 물론 한씨가 「총풍(銃風)보고서」를 전달했다고 지목한 대선 당시 이총재의 수행비서와 맹형규(孟亨奎) 수행특보 등은 이날도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다. 또 구범회(具凡會) 부대변인은 『변호인을 통해 이총재 개입설을 스스로 부인했던 한씨가 말을 180도 바꾼 것은 그동안 한씨에 대한 압력이 있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한씨 등에 대한 당 변호인단이 기소후 검찰의 추가 수사과정에서 이들의 「심경변화」가능성에 주목했어야 했다는 내부 자성론이 일고 있는 것은 이런 맥락.
이와관련, 장광근(張光根) 부대변인은 검찰이 제시한 한씨의 대북접촉 보고서 컴퓨터자료에 대해 『이총재와의 연계고리를 만들기 위해 혈안이 됐던 안기부가 결정적 증거인 컴퓨터의 수록내용을 몰랐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검찰의 사후 조작의혹을 제기했다.
한나라당은 여권이 가깝게는 교착상태에 빠진 청문회와 예산안 협상의 돌파구를 찾기위한 압박용으로, 멀게는 「이회창 죽이기」를 목적으로 총풍 문제를 다시 끄집어 냈다고 보고 있다. 이는 10일 여야 총재회담 합의정신에 대한 사실상의 파기행위인 만큼 강경대응이 불가피하다는 입장. 박희태(朴熺太) 총무는 『여당이 경제청문회 조사요구서를 무리하게 처리하려 들면 「실력저지+알파」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할 것』이라며 『자칫 판이 깨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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