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독립성에만 집착말고 통신과의 융합추세 맞춰 경쟁력 키울 새 틀 필요인터넷 서점인 아마존은 하나의 매장도 가지지 않고서도 4년만에 미국에서 가장 큰 서점인 반스 앤 노블을 앞지르게 되었다. 아마존의 매출액은 작년에는 10배이상 증가하였고 금년에도 성장은 계속되고 있다. 인터넷 검색엔진 야후는 무일푼에서 시작하여 창업한 지 5년만에 연간 매출액이 수조원에 이르고 주가도 180달러대의 초우량기업으로 성장하였다. 제조업과 같은 기존 산업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최대 온라인 서비스회사인 아메리카온라인은 지난 주 인터넷 방송사업을 개시한다고 발표하여 주가가 치솟는 일도 발생하였다.
올해 정기국회에서 처리될 것으로 예상됐던 통합방송법 제정이 잠시 유보되어 논란이 일고 있다. 보류결정의 옳고 그름을 떠나 새로운 미래지향적인 방송법은 방송을 포함한 멀티미디어 산업의 발전과 경쟁력 강화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이번에 상정된 통합방송법안은 4년전부터 논의되어온 것이긴 하나 이러한 흐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보류된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터넷의 확산은 주로 동영상 오락정보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며 여기에 기타 정보가 부가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인터넷의 발전이 방송과 같은 오락 중심의 동영상 서비스에 기반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방송사나 기타 미디어기업들이 앞다투어 인터넷을 통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소규모 인터넷 방송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이다. 이것은 통신이 방송과 융합되지 않으면 발전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방송 역시 마찬가지이다. 케이블TV는 방송프로그램 제공만으로는 방송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게 되면서 인터넷, 전화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융합매체로 특화·발전하고 있으며, 지상파방송도 디지털화하면서 통신 부가서비스 제공으로 소비자를 공략하려 하고 있다. 이는 방송 역시 통신과 융합되지 않으면 발전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더 이상 방송을 고전적인 지상파, 위성, 케이블 방송의 틀에 국한해서 보기 어렵다. 이제는 방송에 관한 접근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 점점 더 방송과 통신을 떼어놓고 생각하기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논의는 지나치게 방송의 독립성과 자율성 문제에 치우친 감이 없지 않다. 그러다 보니 방송과 통신의 관계, 미래를 향한 방송의 발전방향 등은 소홀히 다루어졌다. 방송산업의 구조조정을 통한 경쟁력 확보방안도 상대적으로 덜 다루어진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방송의 독립성 못지 않게 방송과 통신의 융합의 틀을 만들고 방송산업을 경쟁력있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방송과 통신 융합 추세에 맞추어 방송의 개념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둘째, 방송망을 이용한 통신서비스, 통신망을 이용한 방송서비스의 활성화를 위한 법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셋째, 케이블TV 위성방송 등에 과감한 시장경제 원리를 도입하고 규제를 완화하여 방송산업의 경쟁력을 도모해야 한다. 넷째, 세계적으로 방송과 통신을 다루는 기구가 일원화되는 추세와 달리 우리는 정책기능이 방송위원회 문화관광부 정보통신부 등으로 산재되어 있고, 규제기구도 방송위원회 통신위원회 정보통신윤리위원회 등으로 나뉘어져 있다. 이에 대한 개선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제는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이 기반이 되는 새로운 패러다임에서만 방송산업의 발전이 약속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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