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 조계종의 분규는 더이상 봐 줄 수가 없다. 해도 너무 한다. 지난달 30일 조계사에서 벌어진 정화개혁회의측과 중앙종회측의 충돌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돌 빈병 쇠파이프와 각목이 난무하고 연막이 총무원건물을 감싸는 유혈난투극 속에서 30여명이 부상했다. 일부 승려들은 부처님을 모신 대웅전이 바로 앞에 있는데 화염병을 던지기도 했다. 불법(佛法)은 사라지고, 들리는 것은 신도들의 탄식소리 뿐이었다.오죽했으면 신낙균 문화관광부장관이 『대화와 타협으로 분규를 해결해 달라』고 호소문까지 발표했겠는가. 이들에게는 이러한 호소나 신도와 시민들의 걱정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대로에서 열린 승려대회로 이 일대의 교통이 마비됐다. 국민을 무서워했다면 도로를 점거하고 헬멧과 나무방패 각목 및 화염병 등을 계획적으로 준비해 폭력을 휘두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누구를 위한 조계종단인지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종단내부 문제라고 해도 사회에 피해를 끼치고 부상자가 속출하는 상황까지 묵인할 수는 없다. IMF체제란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는 국민들은 이젠 조계종 분규라면 진절머리가 난다. 경찰은 소극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이들의 폭력행위를 단속해야 한다. 사람이 피를 흘리고 쓰러지는 데도 종단내부 문제라고 공권력 사용을 회피해서는 안된다. 폭력행위는 예외없이 엄격히 다스려야 한다.
송월주 전 총무원장의 3선을 문제삼아 야기된 이번 분규는 월주스님의 사퇴로 원인이 없어진 셈이다. 정화개혁측은 먼저 힘으로 점령한 총무원건물에서 나가야 한다. 총무원만 점령하면 된다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해서는 조계종이 분규에서 벗어날 날이 없을 것이다. 이와 함께 모든 총무원장 후보들은 대화와 타협을 통한 분규해결에 앞장서야 한다. 모든 후보자가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후보를 사퇴하는 것도 문제해결의 한 방법이다.
종단의 「큰 어른」인 월하 종정도 분규수습에 나서야 한다. 초연한 입장에 서야 할 종정은 이유야 어떠했든 이번사태 초창기부터 개입했다. 일단 개입했으면 사태 해결의 책임도 져야 하는데 그러한 모습이 보이지 않아 안타깝다. 지금부터라도 종단 각층과 신자들의 의견을 모아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종단 및 사찰운영에 신자들이 참여, 투명성을 높이는 것도 종단의 분규체질을 개선하는 길이다. 더이상 종권을 둘러싼 불법적인 폭력으로 佛法이 흔들리는 일을 막기 위해서도 이는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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