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세 살인범사건 모티프/소설 ‘골드러시’ 출간재일동포 작가 유미리(柳美里·30)의 최신작 「골드 러시」(신초샤·新潮社)가 일본 독서계를 술렁이게 하고 있다.
14세의 소년 살인범을 그린 이 소설의 모티프는 지난 해 엽기적 살인사건으로 일본 열도를 경악케 한 「소년 A」. 소녀를 망치로 때려 죽인 데 이어 소년을 산으로 유인해 교살한 후 목을 잘라 교문앞에 갖다 놓는 등 잔혹한 「고베(神戶) 초등학생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이다.
유미리가 이 사건을 모티프로 삼은 것은 「소년 A」가 범행후 쓴 「징역 13년」 이란 작문에서 『내가 14세때라면 도저히 흉내조차 낼 수 없는 문학적 재능』을 확인했기 때문. 내면의 갈등을 솔직히 그린 고백문이 아니라 정치한 허구로 엮은 이 작문에서 그는 「투명한 존재」 「절대 0도의 광기」 등에 언급했다.
그 충격에서 작가는 14세때의 자신과 현재의 「소년 A」의 마음속에 똑같이 또아리를 튼 어둠을 더듬었다. 『소년 A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콘센트가 빠져 있는 듯한 상태였고 14세의 나이로는 그런 어둠을 차마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연민으로.
『자주 학교를 빼먹었고 정신과를 드나 들며 약물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던』작가의 14세때처럼 주인공은 부모와 형제, 친구와의 관계가 차츰 망가져 간다. 마약과 섹스에도 얽힌다. 자신이 여러 관계의 그물에서 떨어져 나가는 마지막 단계에서 소년은 아버지를 칼로 찔러 죽인다.
「가족시네마」 등 일련의 자전소설에서 「가족 관계의 단절」에 고민해 온 작가는 이번에도 「관계 단절」을 붙잡았다. 이런 단절이 경제적 풍요를 배경으로 심화하고 있는 일본의 사회상황이 중요한 배경이 됐다.
「골드 러시」라는 제목도 『경제적 풍요와 함께 많은 소중한 것들을 죽이거나 지워온』 거품경제기 일본의 사회상황을 상징했다. 또한 소설의 무대를 작가자신의 어두운 추억이 서린 고향 요코하마(橫浜)의 고가네초(黃金町)로 잡은 것도 부와 황폐의 양면성을 드러내 보이는 장치이다.
『소년 A가 보아 온 세계가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는 작가는 『소년의 성장에 맞춰 성인이 된 후의 모습을 그린 속편도 써 볼 생각』이라고 의욕을 보이고 있다.<도쿄=황영식 특파원>도쿄=황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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