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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어린이병동 이색 보은행사/아들 뇌종양치료 김창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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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어린이병동 이색 보은행사/아들 뇌종양치료 김창수씨

입력
1998.1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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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하늘 별보며 희망을 따보렴”/천문관측기구제작사 설립/절망빠진 환자·가족에 용기1일 밤 서울대병원 어린이병동에서는 이색적인 보은행사가 열렸다. 천문관측기구 제작사인 충북 괴산군 도안면의 동방광학 대표 김창수(金昌洙·40)씨가 트럭 3대분의 천체관측장비를 동원, 어린이환자와 가족들을 위한 「별 보기」행사를 마련한 것. 100여명 환아들은 이날 밤만큼은 아픔도 잊은채 열심히 천체망원경과 쌍안경을 들여다보며 별을 찾았다.

92년 3월 둘째아들 태옥(泰玉·12·괴산 도안초등교 6년)이가 뇌종양 진단을 받은 뒤 김씨는 바로 이 병동에서 죽어가는 아들을 지켜봐야하는 끔찍한 고통을 겪었다. 태옥이의 주치의 왕규창(王圭彰·소아신경외과) 박사는 절망한 김씨를 보다못해 『별이라도 보며 마음을 가라앉히라』고 달랬다.

김씨는 이때부터 밤마다 병동 밖에 나앉아 별을 바라보다 문득 망원경을 직접 만들어 보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때 정밀기계공장을 운영한 김씨는 어떤 것이든 기계제작에는 자신이 있었다.

김씨는 천문기기 제작에 매달린지 4년만인 97년 마침내 국내 최초의 천체망원경용 돔 개발에 성공했다. 이 돔을 충남 보은중 과학관과 안성천문대 인천과학고에 설치한데 이어 경기 여주의 세종천문대에 26인치 대형망원경을 납품했다. 일본의 한 광학기계사 사장은 김씨가 손수 깎아 만든 렌즈의 품질에 감탄, 즉석에서 대량 수입계약을 맺기도 했다. 가망이 없다던 태옥이도 기적처럼 회복돼 이제 매년 한차례씩 재발 여부만 점검받게 됐다.

김씨는 아들을 되찾아주고 새로운 삶까지 열어준 왕교수에게 보답할 방안을 찾다 이날 행사를 생각해냈다. 김씨는 『절망에 빠진 환자와 그 가족들이 5년전의 나처럼 새 희망을 얻도록 도와주고 싶었다』며 이제 자신처럼 「별박사」가 다된 태옥이의 손을 꼭 쥐었다.<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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