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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룩의 간/오미환 문화과학부 기자(여기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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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룩의 간/오미환 문화과학부 기자(여기자 칼럼)

입력
1998.1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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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사람 등쳐먹는 못된 놈을 보고 「차라리 벼룩의 간을 빼먹지」라고 한다. 벼룩의 간 무게가 얼마나 되랴마는 그것도 잘만 긁어모으면 떼돈이 되는 모양이다. 실직가장, 고학하는 독신여성 등 딱한 처지 사람들한테 사기를 쳐서 장기를 팔게 하고 돈을 떼먹은 장기매매 브로커들이 27일 구속됐다. 그 뼈아픈 돈을 챙겨서 최고급 자가용을 끌고 다니며 호의호식했다고 하니 귀신은 그런 자들 안잡아가고 뭐했나 싶다.그 전날 부잣집만 골라 털었던 간 큰 도둑 조세형이 수감 16년만에 풀려났다. 고위공직자 등의 집에서 뿌리가 떳떳치 않은 재물을 훔쳐다 거지에게 나눠주기도 했던 그는 사회지도층의 구린 데를 드러낸 괘씸죄에 걸려서 남보다 더 오래 감옥살이를 했다면서 자기는 좀도둑이고 진짜 큰 도둑은 따로 있다고 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요새 국회 예산 심의를 보면 큰 도둑 생각이 절로 난다. 국민 세금을 한푼이라도 헛되지 않게 아껴야 할 의원들이 예산을 졸속으로 심사하면서 선심성 예산과 지역구 챙기기에 열심이다. 덕분에 내년도 우리네 살림은 허리가 휘다못해 똑 부러질까 걱정이다.

사상 최악의 경제난으로 자살자가 속출하는가 하면 도둑·강도는 물론 유괴에 사기, 살인까지 각종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어려운 때일수록 서로 기대고 부축해야 견딜만 해지는 법인데,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힘든 시절을 건너려는 수법이 날로 다양해지는 것 같다. 거기에 무책임한 국회까지 가세라니, 숨이 턱 막힌다.

신영복씨의 베스트셀러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보면 감방의 겨울나기 이야기가 나온다. 그는 겨울이면 사람이 고마워진다고 했다. 서로 몸을 맞대 체온으로 추위를 녹인다고 했다. 반면 더운 여름에는 곁에 있는 사람을 미워하게 된다고 했다.

간 달아날까 걱정하지 않고 옆에 사람이 있어 고마운 겨울을 났으면 좋겠다. 몸이 덜덜 떨리는 혹한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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