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전야’ ‘닫힌 교문을 열며’로 현실에 맞섰던 독립영화집단 그들이 이젠 상업성을 시도한다/장윤현 ‘접속’ 이어 ‘텔 미 섬씽’ 준비 이은 데뷔작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완성/박대영·장동홍 등도 작품촬영중80년대 한국에는 처음으로 독립영화집단이 생겨났다. 82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서울영화집단」. 박광수 홍기선 황규덕 김동빈 김홍준 송능한이 그들이었다. 이들이 흩어지면서 탄생한 것이 「장산곶매」. 89년에 16㎜장편영화 「오, 꿈의 나라」로 이름을 알렸다. 홍기선을 주축으로 이은 장윤현 최호 장동홍 박대영이 모인 장산곶매는 제도권을 거부하며 공동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홍기선(40)을 빼면 모두 60년대에 출생해 80년대 대학을 다닌 영상세대. 이들은 「파업전야」(90년)「닫힌 교문을 열며」(92년)를 통해 4년동안 당대의 화두인 광주와 노동, 교육현실에 정면으로 맞섰다. 안타깝게도 93년 사회주의권이 붕괴되면서 목표를 잃고 소리없이 흩어졌던 그들. 5년이 지난 지금, 일제히 상업영화의 감독으로 화려한 비상(飛翔)을 시도한다.
이은(명필름 대표·37)과 장윤현(31) 박대영(29)은 지난 해 「접속」의 프로듀서, 감독, 조감독을 나란히 맡아 상업영화를 공동 체험했다. 결과는 대성공. 리얼리즘은 섬세한 감성으로 바뀌었고 사회의식은 개인의 소외와 의사소통으로 돌아섰다.
첫 작업이 끝나자 이번에는 장윤현이 프로듀서, 박대영이 감독을 맡아 「연풍연가」를 촬영하고 있다. 이은도 감독 데뷔작인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을 완성했다. 장윤현은 두번째 작품 「텔 미 섬씽」의 시나리오를 집필중이다. 연말이면 촬영에 들어간다. 이미 최호(31)는 「바이준」으로 상업영화 감독이 됐고, 장동홍(37)도 「크리스마스에 눈이 내리면」의 후반작업에 들어갔다. 「가슴에 돋는 칼로 슬픔을 자르고」(93년)로 가장 먼저 날개짓을 시작한 장산곶매의 좌장 홍기선 감독 역시 신경숙씨의 소설「외딴방」을 영화화하는 작업을 준비중이다.
이들 영화의 공통점은 모두 감성에 의지하는 멜로드라마라는 것. 장산곶매때의 시각과 주제를 고집하는 이는 홍기선감독 뿐이다. 그래서 「접속」부터 장산곶매 출신들은 상투적인 멜로를 세련된 감상주의와 개인주의로 포장, 팬시상품을 만든다는 비판도 받았다. 그에 대해 장윤현 감독은 『영화란 주어진 사회환경과 내가 표현할 수 있는 능력 안에서 만드는 것이 아니냐』고 했다. 대상이 집단에서 개인으로 바뀐 것은 시대가 변했기 때문이라고. 그렇지만 장산곶매가 찾고자 했던 「이 시대의 희망」이라는 목표는 변하지 않았다는 게 이은감독의 설명. 그들의 날개짓이 감미료가 아닌 진정한 희망을 줄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이대현 기자>이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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