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해진 위생상태 등 원인/A형간염 4.5배 늘고 결핵도 증가세/경제난 따른 스트레스로 심근경색·구안와사·치질도 늘어IMF가 질병패턴을 바꿔놓고 있다. 위생상태가 나빠지면서 후진국형 질병인 간염과 결핵환자가 급증하는가 하면 경제적 고통에 따른 스트레스로 심장병 정신병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 한양대의대 최보율(예방의학) 교수는 최근 「한국의 바이러스간염 현황과 관리」 보고서에서 96년 7월부터 98년 6월까지 전국 85개 병원에서 치료받은 A형 간염환자는 월평균 14명 수준이었으나 IMF가 닥친 97년 12월에는 64명으로 4.5배나 늘었다고 밝혔다.
이어 올 1월 98명, 3월 155명, 5월 332명으로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최교수는 『A형 간염은 주로 오염된 음식물을 통해 감염된다』며 『경제난으로 위생관리를 소홀히 하면서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95년 2,178명, 96년 2,046명, 97년 1,816명으로 매년 줄어들던 서울지역 결핵환자가 올 9월까지 2,071명으로 이미 지난 해 수준을 넘었다고 밝혔다. 노숙자가 증가한데다 경제적 궁핍으로 몸을 제대로 돌보지 못해 결핵감염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
고려대구로병원 순환기내과 오동주 교수팀에 따르면 올해 1∼3월 돌연사의 주원인인 심근경색증으로 내원한 환자가 21명으로, 지난 해 같은 기간(11명)에 비해 90% 이상 늘었다. 원인도 지난 해엔 고혈압 당뇨병등 성인병이 대부분이었으나, 올해는 과도한 흡연과 스트레스가 주원인이었다.
삼성서울병원 내과 이원로 교수팀은 IMF이후 병원을 찾은 고혈압환자 113명의 혈압을 측정한 결과 수축기혈압은 3.4, 이완기혈압은 4.2 가량 상승했다고 밝혔다. 혈압 상승은 나이와 성별에 관계없이 일정하게 나타나 사회전반의 스트레스가 전국민의 혈압상승을 유발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갑자기 입과 눈이 돌아가는 구안와사 환자도 급증했다. 서울 인사동 삼용한의원 박종선 원장은 『최근 3년간 내원한 구안와사환자 22명 중 64%(14명)가 IMF이후 심리적 불안과 마음고생으로 발병했다』고 말했다.
스트레스 증가에 따른 나쁜 배변습관과 경제사정 악화로 맥주 대신 소주, 고단백이나 섬유질음식 대신 라면류 등 인스턴트식품을 많이 먹으면서 치질환자도 늘었다. 치질전문인 한솔병원에 따르면 7월 이후 치질환자 수가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 가량 늘었고 수술환자도 월 300∼330명에 이른다.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민성길 교수는 최근 부도 실직등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며 내원하는 우울증환자가 30%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경희대한방병원 화병클리닉을 찾는 환자도 IMF이후 2배 이상 늘어난 하루 평균 30여명이나 된다.<고재학 기자>고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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