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파란불 보이지만 당장 투자는 “아직 좀…”새벽은 아직 오지 않았다. 경제전문주간지 비즈니스 위크는 최근 한국의 경제상황에 대해 「가짜 여명(fake dawn)」이라고 지적했다. 각종 지표에 밝은 신호가 들어 왔으나 위기의 긴 터널 끝에 다다랐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것이다.
일단 뉴욕 월가의 경제전문가들은 IMF관리 체제 1년만에 빠르게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 한국에 대해 호평 일색이다. 높은 외환보유고와 지속적인 경상수지 흑자, 안정된 환율과 낮은 금리 등 각종 지표가 전망을 「장밋빛」으로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때 1,000bp(10%)에 달했던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의 가산금리가 400bp이하로 떨어진 것이 이를 반영하는 대목이다.
현재 미 최대증권사인 메릴 린치를 비롯, JP모건 등 굴지의 미 금융기관들은 투자 보고서를 통해 『전망 좋은 한국시장에 투자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메릴 린치의 제프 배렌버그 국제투자담당 수석 부사장은 『한국과 태국은 우리가 아시아에서 가장 선호하는 시장』이라고 밝혔다. 금융위기에 휩싸인 신흥시장권(이머징 마켓)중 개혁의 (추진 속도, 깊이에서 차별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 투)자가들이 경제 지표 못지 않게 중요시하는 정치 리더십과 정책 방향에서도 신흥시장권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월가 유수의 채권 투자전문가인 벤저민 트로츠키 핌코 펀드 매니저는 아예 『한국은 사실상 신흥시장으로 분류돼서는 안되는 나라』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유동성 부족으로 위기를 겪고 있지만 막대한 사회 간접자본과 우수한 인력, 세계 일류급의 기업들을 보유한 저력을 바탕으로 3년내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단기 전망에서 아직 안심은 금물이다. 제프리 세이퍼 살로먼 스미스 바니 부회장은 『한국 경제가 내년 회복기에 들 것으로 믿지만 금융과 기업 개혁의 성사여부가 중요한 관건』이라고 밝혔다. 금융 개혁은 그런대로 진척되고 있지만 재벌로 대표되는 기업 분야의 구조 조정은 속도도 느리고 너무 미온적이라는 것이 월가의 일반적 평가이다. 특히 기업의 높은 부채 비율과 대량 실업 문제 등은 뾰족한 해법 도출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더구나 예상보다 빠른 한국의 회복세가 엔고를 비롯해 호전된 외부 환경에서 기인한다는 지적도 배제할 수 없다. 이를 뒤집으면 미 경기의 급작스런 침체, 중남미 통화위기의 심화 등 뜻밖의 변수 발생시 세계 금융권의 일대 경색으로 「제2의 환란」 가능성도 상존한다는 지적이다.<뉴욕=윤석민 특파원>뉴욕=윤석민>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