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재벌의 구조조정을 재촉하는 정부의 공세가 날로 가열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 최근 5대재벌의 구조조정을 연말안에 반드시 관철시켜야 한다고 강조한후 공정거래위원회에 계좌추적권을 부여했고, 내년부터 5대그룹 부실계열사에 대한 신규여신을 중단하겠다는 강봉균 청와대경제수석의 경고가 나오는 등 재벌을 압박하는 강수들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5대재벌이 나름대로 과감한 양보와 희생을 통해 마련했다고 자부해온 석유화학 철도차량 항공기등 3개업종에 대한 대규모 사업교환(빅딜)안이 정부에 의해 거부되자 재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정부는 재계의 빅딜안이 사업전망이 불투명할뿐 아니라 재벌오너들의 손실부담과 자구노력이 부족하며, 이들이 요구한 부채의 출자전환은 결국 특혜이므로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지난달 재계가 빅딜안을 발표한 이후 제기됐던 문제점과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이다. 정부는 IMF체제를 부른 재벌의 과잉투자, 과당경쟁, 부실계열사 양산등의 폐해를 일거에 해결하는 일석삼조(一石三鳥)의 묘수로서 빅딜에 큰 매력을 느끼고 밀어붙여왔다. 그러나 알맹이 있는 내용을 도출해내기보다는 가시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데 급급했다. 그 결과 빅딜안은 부실기업의 퇴출 없이 부실덩어리만 더 크게 하거나 통폐합이 아닌 지분참여에 의한 공동경영으로 구조조정의 효과가 미미하다는 비난에 직면했던 것이다.
특히 빅딜업종에 대해 채무의 출자전환, 금융지원등의 혜택을 주는 것은 국민경제의 파탄을 몰고온 재벌의 과잉투자와 오투자를 다시 국민의 부담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당장 국가경제를 살리기위해 빅딜에 대한 어느 정도의 지원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인정하더라도 그 전제는 빅딜안이 경제 전체의 효율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고, 재벌들의 뼈를 깎는 자구노력이 함께 포함되어야 한다.
최근 여러가지 경제지표를 놓고 볼 때 경기가 어느 정도 바닥에 도달했고 국내외 경제환경도 크게 호전되고 있다는 낙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적극적인 경기부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그러나 경기회복을 앞당기는 열쇠는 경기부양이 아니라 기업의 구조조정, 즉 재벌의 구조조정이다. 국민총생산(GNP)의 70%이상을 차지하고 시중자금의 80%이상을 독식하고 있는 재벌의 구조조정 없이는 아무 것도 풀릴 수가 없다.
김대중 대통령의 지시로 이달초에 열리는 정·재계간담회에서 지지부진한 재벌개혁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정부와 재벌간의 빅딜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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