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코스트 희생자 소유/“1,400억弗 규모 재산 돌려달라”/예술품·보험증권 등 42國 환수문제 논의/세계유대인회의서 추진 “반환완료 10년 이상 소요”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 희생자들의 재산 환수작업이 종전 53년만에 드디어 본격화했다. 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이 약탈해 간 유대인 재산 반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국제회의가 30일 워싱턴에서 4일간의 일정으로 개막됐다.
세계 유대인회의(WJC)의 주관 아래 전세계 42개국 정부대표와 13개 민간단체들이 참여한 이번 회의는 유대인 문제와 관련한 사상 최대 규모 국제회의. 당시 약탈된 유대인 재산 중 22만점에 달하는 예술품 및 보험증권, 공유재산 등의 환수 문제를 주의제로 다룬다.
97년 12월 유대인 금괴 반환에 대한 회의가 열린 데 이어 그간 개별국 차원에서 산발적으로 유대인 희생자 및 유족에 대한 배상작업이 진행되긴 했지만 이처럼 국제적 차원에서 반환방법 등을 본격 모색하기는 처음이다.
이같은 회의가 종전 후 반세기가 넘어선 이제서야 뒤늦게 열리게 된 배경은 당시 약탈된 유대인들의 자산규모가 현가치로 최고 1,400억달러(약 175조원) 규모에 달하는 등 워낙 방대한 데다 유대인 자산이 분산된 관계국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었기 때문.
그러나 미국내 정·재계의 유대계 파워는 이같은 난관을 돌파했다. 미 국무부는 스튜어트 아이젠슈타트 차관을 중심으로 이미 4개월전부터 관계국의 입장을 거중조정해 온 끝에 이번 회의를 성사시킨 원동력이 됐다. 이번 회의의 개막연설을 자청한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도 체코 출생의 유대계로 알려졌다. 이번 회의의 최대 안건은 유럽 각국이 소장한 유대인 미술품의 반환 여부. 현재 체코 3,000여점, 프랑스 2,000여점 등 유럽 전역에 엄청난 약탈 작품이 분산돼 있지만 이들이 순순히 반환에 응할 지는 미지수다. 유럽 등 39개국은 6월말 유대인 소유의 예술품을 찾아 원주인에 돌려주기로 합의한 바 있다.
유대인 재산 환수작업을 끝내려면 적어도 10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WJC측은 전망하고 있다. 이번 회의의 표어는 「유대인의 것은 다시 유대인의 손에」로 정해졌다.<이상원 기자>이상원>
◎세계 유대인 회의/80개국 유대인 참여/36년 설립 권익대변
유대인 재산 반환 운동의 주역인 세계유대인회의(WJC)는 미 뉴욕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80개국의 유대인 단체들이 참가하고 있다.
당초 WJC는 세계 각국 유대인의 법적, 외교적 권익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1936년 설립됐다. 80년대까지 동구와 구소련을 상대로 유대인 박해금지 등의 캠페인을 벌이다 92년 산하에 유대인재산반환기구(WJRO)를 설립, 유럽 각국에 산재한 희생자 재산 반환 운동에 힘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8월 스위스은행협회에 유대인 예금을 인출하겠다는 압력을 넣어 홀로코스트 희생자의 약탈재산에 대한 12억 5,000만 달러의 보상합의를 끌어냈다.<김정곤 기자>김정곤>
□유대인재산반환 및 보상사례
97.2 스위스은행협회, 홀로코스트기금 47억달러 조성합의
97.6 이탈리아 제네랄리 보험사, 희생자기금 1,200만달러 조성
97.7 스위스은행협회, 유대인 희생자 명의 휴면계좌 1,500만달러 공개
98.7 독일 폴크스바겐사, 유대인 희생자 기금 설립 합의
98.8 스위스은행협회, 12억5,000만달러 보상 합의
◎환수추진 유대인재산 규모/금괴 총 86억불… 미술품 불 등 22만점 산재
2차세계대전 중 나치와 동맹국들에 의해 강탈된 유대인들의 재산은 당시 90억∼140억달러 상당으로 추정된다. 현 시가로는 900억∼1,400억달러(약 112조∼175조원)에 이른다. WJC 등 관련 단체들이 반환 및 추적중인 주요 재산은 금괴와 예금, 미술품, 주식, 보험금 등이다. 국제적인 환수운동이 한창인 금괴의 경우 모두 86억달러(현재 시가)에 이를 것으로 WJC는 파악하고 있다. 스위스에 39억달러 상당이 예치된 것을 비롯 스웨덴 20톤, 스페인 1억 3,800만달러, 브라질 1,500만달러 등을 보유하고 있다. 예금은 15억달러, 미술품은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2,000여점 등 모두 22만점으로 수십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약탈된 미술품의 양과 현재 얼마나 남아있는 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WJC는 나치 친위대장 하인리히 힘러 유족에서 부터 미술품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을 영국의 정보기관(MI5) 문서까지 철저히 뒤진다는 계획이다.<김혁 기자>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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