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월 日 첫 제의/美·유럽 반대로 무산/美 과도한 압력 의식/다분히 의도된 발언김종필(金鍾泌) 국무총리가 28일 일본 가고시마(鹿兒島)에서 열린 한일각료간담회에서 「아시아통화기금(Asian Monetary Fund,AMF)」창설 문제를 공식 거론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총리는 이날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총리에게 『아시아문제를 아시아인의 손으로 해결하기 위해 AMF의 창설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일본이 주도하면 우리도 적극 동참하겠다』고 제안했다.
AMF는 지난해 9월 국제통화기금(IMF)홍콩총회에서 아시아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일본이 제안했으나 미국과 유럽의 반대로 무산됐던 사안. 일본은 당시 태국의 외환위기가 아시아 각국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일본이 500억달러, 다른 아시아국가들이 500억달러등 총 1,000억달러를 출자해 AMF를 창설할 것을 제안했다. 당시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은 환영하는 분위기였지만 미국과 IMF는 강력히 반대했다. 여기에는 아시아가 「딴 살림」을 차리고, 「엔(円)체제」구축으로 일본이 아시아 경제권 장악을 시도하려는 데 대한 서방측의 우려와 견제가 작용한 것이다.
그런 만큼 김총리의 이날 제의로 일본은 뜻하지 않은 「원군」을 만난 셈이었고 당연히 일본언론도 큰 관심을 표시했다. 그러나 IMF관리체제하에 있는 우리정부가 AMF창설에 소극적인 태도를 견지해온 것을 감안할때 김총리의 제안은 현실적인 추진의지를 담고있다기보다 일본측에 보내는 우호적 메시지의 측면이 강한 것 같다.
한편으로 김총리의 제안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외교력에 오히려 힘을 실어주는 측면도 없지 않다. 김대통령은 미국과 IMF의 입장을 충실히 반영하고, 김총리는 일본의 입장을 지지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는, 일종의 「역할분담」을 구사함으로써 미국의 과도한 압력을 견제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김총리는 비록 29일 기자간담회에서 『AMF문제를 당장 본격적으로 논의를 할 단계는 아니며, 바람직한 측면이 있으니 함께 생각해보자는 정도의 얘기였다』는 식으로 비켜갔지만 정부내 의견조율을 거친, 다분히 의도된 발언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가고시마=홍윤오 기자>가고시마=홍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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