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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흥은행장 퇴진·공정위 계좌추적권/금융·재벌개혁 강력한 채찍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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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흥은행장 퇴진·공정위 계좌추적권/금융·재벌개혁 강력한 채찍질

입력
1998.1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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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개혁과 금융개혁이 연말이 다가오면서 막판 스퍼트단계에 돌입했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최근 재벌·금융개혁을 반드시 연내에 마무리짓겠다고 발표한 것을 계기로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위원회가 강경한 자세로 돌아서 개혁을 독려하고 있다. 조흥은행장의 전격사퇴와 공정위의 계좌추적권 확보가 이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조흥은행장 퇴진/합병·외자유치 실패로 대형은행장 첫 사퇴/강원·충북 등 3개銀 강제합병 수순 예고

위성복(魏聖復) 조흥은행장의 전격 사퇴는 금융권에 적잖은 파장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대형시중은행의 은행장이 금융개혁 부진으로 물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국민회의 정권의 지역기반인 광주 출신의 대표적 금융인인 위행장이 행장취임후 불과 석달만에 도중하차, 의외라는 반응들이다. 금융계에선 위행장이 정부당국의 부담을 덜어주기위해 자진 사퇴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위행장은 행장취임후 두 달밖에 남지않은 정상화 시한을 지키기위해 피나는 은행자구책을 모색했으나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취임직후인 9월 장기신용은행과의 합병을 추진했으나 성사 직전 장기신용은행이 국민은행과 전격 합병을 발표하는 바람에 실패한 뒤 조건부 생존판정을 받은 강원·충북은행과도 합병을 추진했으나 두 은행이 독자생존을 고집,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정부도 조흥은행 문제를 놓고 고심해오다 27일 금융구조조정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는 위행장등 경영진의 교체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위원회는 이날 2시간이 넘는 마라톤회의를 벌이며 조흥은행에 대한 처리문제로 논란을 벌였다. 위행장등 새로운 경영진이 합병과 외자유치의 성과를 내기에는 너무 시간이 촉박해 좀더 시간을 줘야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그러나 회의도중 위행장이 사의를 표명해오면서 회의가 급진전, 임원진 교체 등을 골자로 한 경영개선조치를 의결하고 종결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금감위 관계자는 『위행장이 짧은 시간내 백방으로 뛰며 최선을 다한 것은 잘 알고 있으나 금융구조조정 일정과 원칙을 지키기 위해 안타까운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고 털어 놓았다.

3개월 단명으로 끝난 위행장은 이전에 은행권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호남 출신 금융인으로 96년 시중은행 최초로 해외주식예탁증서(DR) 발행, 대우그룹과의 쌍용자동차 빅딜 등 대형프로젝트를 성공시켜 실력을 두루 인정받았다. 정권교체후 「대형은행장 호남배제관행」이 사라진 후 행장에 올랐으나 「금융계 실세」라는 근거 없는 루머에 시달려왔다. 위행장은 『내가 실세라면 왜 눈앞에 다가왔던 합병기회들을 놓쳤겠느냐』며 『금융당국이 이런 소문때문에 조흥은행 지원에 망설이는 것같아 괴로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조건부승인은행인 충청 강원은행 등에 대해서도 조만간 경영정상화 이행을 촉구하는 한편 조흥·강원·충북은행의 강제합병 등 강도높은 후속조치를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유승호 기자>

◎공정위 계좌추적권/재벌 계열사끼리 금융기관 통한 지원/유리알보듯 조사/부실社 퇴출 잇따를듯

내년부터 우량계열사의 지원으로 연명해 온 재벌그룹의 부실회사들이 상당수 「퇴출」될 전망이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지시로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계좌추적권 부여가 사실상 확정돼 5대그룹 등을 대상으로 한 부당내부거래 조사의 수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윤철(田允喆) 공정거래위원장은 27일 『부당지원행위 대부분이 금융기관을 통해 이뤄지고 있으나 금융거래정보에 접근할 수 없어 조사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며 『앞으로 조사를 강화해 부당내부거래를 뿌리 뽑겠다』고 말했다. 곧 계좌추적권 확보로 부당내부거래의 차단이 한결 쉬워지고, 결과적으로 부실계열사의 정리가 잇따를 것이라는 설명이다.

공정위는 계좌추적권이 확보되면 금융기관을 통한 우회지원사례를 적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정위는 현대 삼성 대우 LG SK 등 5대 그룹을 대상으로 한, 두차례 조사에서 금융기관을 매개로 한 지원혐의를 포착했으나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 예를 들어 A생명이 B은행 등의 특정금전신탁에 2,000억원을 예탁하고, B은행 등은 A생명의 계열회사들이 발행한 기업어음(CP)을 고가에 매입한 사실을 적발했다.

그러나 해당 은행들이 금융실명법 규정을 내세워 자료제출을 거부하는 바람에 지원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 공정위 당국자는 『계좌추적권을 통해 특정금전신탁의 계약내용 및 자산운용내역 등을 넘겨 받으면 지원여부를 가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재벌들의 상대방 계열 금융기관을 이용한 교차지원 행위도 차단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금융기관들이 수수료 등을 챙기기 위해 좀 더 교묘한 방법으로 계열사간 거래를 중개할 수 있다. 때문에 계좌추적권 확보 못지않게 공정위 조사기법의 개선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공정위는 금융거래비밀보호의 취지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계좌추적권 행사를 엄격히 제한할 방침이다. 공정위 당국자는 『부당지원행위의 상당한 혐의가 있는 경우에 한해, 기업(법인)만을 대상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금융거래정보를 요구할 때도 거래자의 인적사항이나 사용목적, 요구내용, 해당점포 등을 명시한 정식 문건을 제시하기로 했다. 주요 대상도 30대그룹 계열사나 연간 매출액 200억원 이상 기업으로, 연간 자금거래규모가 1,000억원 이상인 곳 등에 국한된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그러나 재벌총수나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의 계좌가 부당지원에 이용됐다면 「추적」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정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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