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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日 정상의 ‘氣싸움’/황영식 도쿄 특파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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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日 정상의 ‘氣싸움’/황영식 도쿄 특파원(기자의 눈)

입력
1998.1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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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도쿄(東京) 아카사카(赤坂) 영빈관에서 열린 중일 정상회담.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은 회담이 시작되자마자 곧바로 『역사문제는 충분히 논의됐다는 시각도 있으나 나는 생각이 다르다』고 말을 꺼냈다. 그는 『역사문제는 중일관계의 근간이고 결코 피해 나갈 수 없다』고 밝혔다.이날 저녁 일본 황궁에서 열린 만찬회에서는 더했다. 인민복을 입고 등장한 그는 『일본 군국주의로 중국과 아시아 인민은 물론 일본 인민도 큰 피해를 겪었다』며 『뼈아픈 역사의 교훈을 영원히 되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언론들은 江주석이 거의 입지 않는 인민복을 입고 천황만찬장에 등장한 것은 「항의」의 표시라고 보도했다.

일본도 만만찮았다.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총리는 江주석의 강공에 수세로 임하는 듯 하면서도 끝내 「사죄」의 문서화에는 응하지 않았다. 아키히토(明仁) 천황도 과거사 문제를 단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2,000여년에 이르는 양국 교류사에서 중국 국가원수 최초의 일본 방문이라는 「역사적」인 자리가 이렇게 「역사」로 얼룩진 것은 아이러니다.

역사문제로 실랑이를 거듭하는 동안 양국이 서로 「10월 한일공동선언 수준」을 주장한 것도 얘깃거리가 되고 있다. 중국은 일본에 대해 한국과 같은 수준의 「반성」 「사죄」를 요구했고, 일본도 한국이 밝힌 것과 같은 수준의 「역사문제 청산 의지」와 「국제적 공헌에 대한 평가」를 중국측에 요구했다. 결국 서명이 빠진 공동선언은 형식면에서도 그렇지만 내용면에서도 한일공동선언의 50% 수준에 그쳤다.

50%씩만 주고 받은 중국의 자세가 은근히 부럽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경제적으로도 일본에 손을 벌리지 않아도 되는 중국의 자신감이 느껴진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그러나 이런 차이는 국민이 뽑은 대통령과 당내부 권력투쟁의 산물인 국가주석의 차이일 수 있다. 100%를 당당하게 주고 받을 수 있었으면 됐지, 국내를 겨냥한 「뻣뻣함」까지 부러워 할 이유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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