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은 국가이익 우선으로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 너무도 당연한 상식이자, 헌법에도 명시돼 있는 직무의 정의다. 엄밀히 말하자면 국회의원이 사리와 당리에 얽매여 움직일 때 그것은 직무를 저버리는 행위가 된다. 국민들의 정치외면 현상도 간단히 말하면 바로 이 때문이다.정기국회의 예산안 심의가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의원들이 보여주는 몇몇 행태들은 의원들이 이러한 직무에 대한 인식을 망각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상임위의 예산안 예비심사에서 지역구 예산을 증액하는 담합이 저질러진 일이나, 변호사 세무사 등 전문직에 대한 부가가치세 부과를 반대하는 전문직출신 의원들의 이기주의가 대표적 예다.
상임위의 예산증액 행위는 해마다 되풀이 되는 악습으로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고 할 수도 있다. 또 의원들의 이익집단 대변이 의정활동상 순기능적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아무리 관습적인 행위라 해도 양식과 염치는 있어야 하고, 특정 직업 영역을 변호하더라도 공공의 이익을 현저하게 벗어나서는 안되는 게 의원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금도다.
부가세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의원들은 주로 재경위와 법사위 의원들이라는데, 그 논리도 가관이다. 이들 전문직종에 부가세를 물리면 그만큼의 부담이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으며, 더구나 IMF경제난으로 이들 직종에도 불황이 심각하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라고 한다. 변호사는 고소득 전문직이고 때로는 탈루 세원의 대표적 직종으로 꼽히기도 한다. 변호사가 부가세를 내서는 안되는 이유를 의정단상에서 국회의원이 열을 올려 옹호하는 장면은 아무리 봐도 상식과 양식에 맞지 않는다.
예산의 증액도 마찬가지다. 건교 문화관광 보건복지위 등 산하기관을 많이 거느리거나 지역구사업과 밀접한 상임위에서 증액이 집중적으로 이루어 져 그 규모가 2조5,540억원, 전체예산의 2.97%나 된다고 한다. 앞에서는 너나 없이 막대한 적자예산을 걱정하면서 뒷전으로는 오랜 타성적 행동을 버리지 않고 있다. 증액분은 결국 예결위 심의과정에서 삭감될 것이라고 해도 문제는 고통과 변혁에 앞서야 할 의원들이 이렇게 시대착오적인 의식마비속에 빠져 있다는 사실이다.
국회의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상식과 기본을 다시 따져 봐야 할 만큼 심각한 지경에 이른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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