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미흡 항의표시로 천황만찬에 인민복 참석 등/對美 관계개선·경제력 바탕/당당하고 유연한 태도 눈길방일중인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은 26일 일본의 과거사 문제 처리에 대한 불만으로 중일 공동선언문에 서명을 거부했다. 이어 이날 저녁 천황 주최 만찬에는 이례적으로 인민복을 입고 참석했다. 이 역시 항의의 표시다.
27일에는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총리 주최 연회에서 『일본은 역사를 분명히 직시하고 그것으로부터 배워야 한다』며 『양국간 우정은 불행한 과거를 올바른 방향으로 정리하는 토대 위에 세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본방문에 앞서 들렀던 러시아에서는 병실로 보리스 옐친 대통령을 찾아가 만났다. 여유있는 모습이었다. 베이징(北京)의 한 러시아 외교관은 『중국은 우리 앞에서는 「따거(大兄)」라고 부르지만 뒤에서는 「따비즈(大鼻·코쟁이)」라고 우습게 여긴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말레이시아에서 열렸던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도 그는 아시아국들에 55억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밝히며 아시아 지도자상을 과시했다.
江주석이 당당하고 내실있는 외교 나들이를 통해 세계 지도자상을 과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자신감은 13억 인구, 풍부한 자원, 1,500억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고, 아시아 맹주로의 부상, 미국과의 원만한 관계 등에서 나온다. 내치를 주룽지(朱鎔基) 총리에게 맡긴 그는 지난 한해동안 활발한 외국 순방을 통해 겉으로는 유연하게 보이면서도 철저한 실리외교를 펼쳤다.
97년 11월 미국 방문에서부터 江주석은 딱딱한 중국 지도자상을 벗고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왔다. 영어로 연설을 하고 팝송 「러브 미 텐더」를 부르며 훌라춤을 추는 등 미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껄끄러운 인권, 대만, 티베트문제 등에 대해서도 피하지 않고 중국의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
베이징의 한 외교관은 『중국은 현재 국제사회에서 치고 빠지는 역할을 즐기면서 미국과 세계경영 파트너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반대를 위한 반대, 비난을 위한 비난 등 과거 사회주의 외교술을 버리고 상대국의 입장을 고려하는 포용정책을 취하면서 실리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한 중국인 학자는 『중국은 아편전쟁 이후 150여년간 수세적 외교를 펴왔다』며 『하지만 98년에만 사흘에 한나라 꼴로 세계 100여개국 정상이 다녀간데서 나타나듯 중국은 변화했고, 江주석은 그 변화의 상징』이라고 말했다.<베이징=송대수 특파원>베이징=송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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