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해진 조세형씨가 드디어 감옥을 나왔다. 절도죄와 복역중 탈주극에 더해진 가중처벌로 16년을 갇혀 산 그는 그 전의 복역기간을 합쳐 30여년을 감옥에서 살았다. 그가 82년에 저지른 범행은 당시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기업형」이었다. 권력자와 재벌집만 골라 10여차례 10억원 상당의 귀금속과 현금 등을 훔쳤으니 그런 별명을 얻을 만했다. 일반인들이 들어보지도 못한 물방울다이어도 그 때문에 유명해졌다.『수천억원을 해먹은 사람들에 비하면 나는 좀도둑에 불과하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좀도둑도 아니고 신앙인일 뿐이다』옥문을 나선 그는 대도란 별명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82년 구속당시 기소장의 범죄사실이 10분의 1 이하로 축소됐으며, 훔친 귀금속이 4자루가 넘어 일부는 서울역 걸인들에게 주었다고 했다. 그를 구속한 형사도 피해품을 늘어놓는데 책상 6개가 모자랐고, 기소후 다이어 60개가 회수됐다고 털어놓았다.
절도죄 최장기형을 다 산 그에게 또 보호감호처분을 내려 지금까지 옥에 붙잡아 둔 세력은 결과적으로 큰 도둑들을 비호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사회보호법에 따른 보호처분이 위헌이라는 헌재결정으로 살인 강도같은 흉악범들도 다 풀려났는데, 재범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유독 그만 가두어 두었던 것이다. 큰 도둑들의 곳간을 털어 그들이 권력과 특혜로 얼마나 치부했는지 들통나게 한 괘씸죄 때문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그의 석방을 위해 무료 변론으로 애쓴 엄상익변호사도 『말조심을 안하면 그에 대한 관용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경고를 어기고 시끄럽게 굴어 석방이 늦어졌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를 감옥에 붙잡아 둔 세력의 정체가 누군지 짐작이 간다. 큰 도둑은 지난 세월의 얘기가 아니다. 지금 우리 주위에도 간 큰 도둑들이 횡행하고 있다. IMF 한파에도 그들은 별 탈없고 좀도둑들만 당하는 세상이니 법은 어디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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