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3·4분기 국내총생산(GDP) 실질성장률이 전분기에 비해 1% 가량 플러스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국내경기가 바닥권에 진입, 더 이상의 추락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그러나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낙관은 금물이다. GDP의 6%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와 자동차 수출호조가 경기 추가 하락을 막고 있긴 하지만, 수출전망이 밝지 않기 때문이다. 3·4분기중 반도체 의복 철강 선박수출이 증가했으나 모피제품 컴퓨터 신발 수출은 감소, 증가율이 전분기보다 7.7%포인트 줄었다. 수출은 5월이후 6개월 연속 추락세를 보이고 있고, 수출신용장(LC) 내도액도 10월에는 4년여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호전기미를 보이고 있는 경제지표에만 매달려 수출확대를 위한 정책을 못내놓고 있다. 수출의 주역인 반도체는 과거의 경험으로 보아 예측이 어렵다. 반도체 가격 급락으로 우리 경제가 큰 타격을 보았던 쓰라린 경험을 잊지 말아야 한다. 더욱이 해외 수출시장이 무너져 수출하기 어렵다거나 금융지원을 해 줘도 한계가 있다고 공공연히 밝히는 등 정부관리들이 의욕마저 잃은 것 같아 걱정스럽다. 정부가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기업 구조조정도 자금이 있어야 하는데, 내수가 극도로 위축된 상황에서 기업들이 기댈 곳은 수출밖에 없다.
정부는 더 이상 국내외 여건만을 들먹여서는 안된다. 금리인하, 적정한 환율유지, 종합상사들에 대한 지원강화등에 적극 나서야 한다. 특히 최근 해외투자자금 유입등으로 현재 1,250원대로 고평가되고 있는 환율을 방치해서는 곤란하다. 달러당 1,300∼1,350원은 되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수출업계의 주장에 귀기울여야 한다. 중앙은행이 달러를 적극 매입하면 환율은 오르고, 외환보유고는 늘어나고, 시중 자금경색도 해소돼 경기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다.
무역의 날(30일)이 축제는 못되더라도 IMF 탈출의 전기가 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이 요구된다. 대기업 무역금융 지원, 종합상사에 대한 부채비율 예외인정 등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부작용이 두렵다고 아예 정책 자체를 포기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과감한 정책이 필요하다. 이것 저것 따질 시간이 없다. 수없이 강조해온대로 오늘의 경제난국을 극복하려면 수출제일주의로 가야 한다. 수출이 부진한 상황에서 경제회복을 낙관하는 것은 환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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