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외국도 비밀보장”한나라당은 안기부가 정부 각 부처에 비밀 예산을 분산, 「불순한 공작비용」으로 운용하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비밀예산의 총액 공개와 규모 삭감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여권은 『정보기관의 총예산 공개는 어느 나라건 전례가 없고, 더욱이 과거와 같은 정치공작비는 없다』며 맞서고 있다.
안기부 예산 시비는 한나라당 이신범(李信範) 의원이 24일과 25일 예결위 정책 질의에서 『안기부가 정부 각 부처 203항목의 특수활동비와 204항목의 업무추진비에 예산을 숨겨 놓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촉발됐다. 한나라당 예결위원들은 또 재경부에 편성된 안기부 예산 내역이 공개되지 않을 경우, 예산 집행을 허용할 수 없다는 결의문을 채택할 계획이다. 한나라당측이 추정하는 안기부의 분산 예산규모는 4,000억원대. 한나라당은 또 『미리 기획하거나 예견할 수 없는 비밀활동비는 총액으로 다른 기관의 예산에 계상할 수 있다』고 규정한 안기부법의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여권은 『한나라당이 뭔가 착각을 해도 한참 착각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국익차원의 대외정보활동비 총액을 공개하는 것은 활동 범위를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 CIA나 이스라엘 모사드, 일본의 내각조사실 등 외국 정보기관에서도 우리와 비슷한 방법으로 비밀을 보장한다는 설명이다.
국민회의 김원길(金元吉) 정책위의장은 『전에는 안기부 예산이 정부 각 부처에 분산됐으나 우리가 야당시절에 요구해 지금은 예산청 예비비로 통합돼 있다』며 『한나라당이 잘못 알고 하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예산청 예비비는 정부 각 부처가 합법적으로 필요에 따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회의 임복진(林福鎭·정보위) 의원도 『비공개원칙이라 밝힐 수 없어서 그렇지, 내년 안기부 예산은 처음부터 끝까지 정보위에서 여야 의원이 철저하게 심의했다』며 『편성이 어떻게 돼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새 정부 들어 안기부의 예산 설명서는 과거의 종이 몇 장에서 두꺼운 책자로 바뀔 만큼 심도깊었다는 것이다.
정치적 해석도 뒤따른다. 한 국민회의 관계자는 『한나라당이 과거 집권시 안기부 자금을 받아 쓴 노하우를 갖고 새 정부의 안기부에도 똑같이 적용하는 것은 난센스』라며 『한건하자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안기부의 문희상(文喜相) 기조실장은 『올해 예산을 7∼8% 가량 절약 반납했고 내년은 거기서 더 삭감, 안기부 예산이 과거 정권에 비해 20% 가량 줄어 내부불만이 비등할 정도로 철저하게 예산이 운영되고 있다』며 『새정부 출범이후 안기부 예산에서 (청와대)통치자금이나 정치 공작비로 쓰여진 경우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김병찬 기자>김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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