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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성에 굴복한 ‘짱’과 등급 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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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성에 굴복한 ‘짱’과 등급 판정

입력
1998.1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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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최고라는 뜻)은 청소년영화다. 이를 부정할 사람은 없다. 청소년들의 절망과 희망을 얘기하기 때문이다. 「문제아」로 분류된 아이들은 공부와 순종이 모범이고 미덕인 세상을 향해 드럼통을 두드리며 절규한다. 『너희들은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니. 자유롭고 싶어. 구속받기 싫어. 우리들만의 세상이 있어』라고. 그 소리가 가슴을 울린다.그렇다고 특별하지도 새삼스럽지도 않다. 교육현실에 칼을 들이대지만 속셈은 한번 긁어주기로 상업성을 노리는 청소년 영화들. 60년대 할리우드의 「언제나 마음은 태양」에서 우리의 「세븐틴」까지 있다. 「짱」도 다르지 않다. 「뉴 제너레이션 무비」라고 이름 붙였지만, 요즘 신세대를 소재로 했다는 정도로 받아들이면 된다.

공부를 포기한 고3 학생들. 여학생까지 예사로 담배를 피고 세상과 교사에게 욕을 해댄다. 내기당구를 치고, 쉬는 시간에 실수로 승용차에 불을 내고 도망친다. 기찬(홍경인)은 본드를 마시고 세빈(장혁)은 조직폭력배와 맞서 주먹을 휘두른다. 이들 앞에 음악교사 황기풍(차인표)이 나타나 꿈과 사랑을 되찾게 한다. 「짱」은 할리우드 키드처럼 자신도 모르게 다른 영화들을 짜깁기했다. 겉옷은 「죽은 시인의 사회」이고, 괴짜교사와 음악을 통한 자아발견과 감동은 「씨스터 액트2」와 「홀랜드 오퍼스」를 닮았다. 학생과 교사에 대한 극단적 이분법은 「여고괴담」이다. 가장 반항적이고 회의적인 세빈의 변화로 극적 반전을 이루는 것까지 같다.

영화는 일탈한 아이들의 행동을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편견을 가진 교사들로 그들이 얼마나 고통받는가를 강조한다. 양윤호감독은 『애들이 하고 싶은 얘기며 엄연한 현실이다. 그들의 행동보다 희망을 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나 한국공연예술진흥협의회(공진협)는 그렇게 보지 않았다. 처음 18세미만 관람불가 판정을 내렸다. 극의 전개과정이 지나치게 폭력적이고 너무 일방적이라는 것이 이유다. 그런데 24일 재심에서는 「고교생 관람가」로 바뀌었다. 갑자기 고교생들의 자율적인 판단능력을 믿은 것일까. 세 장면(50여초)을 자진삭제한다는 조건을 단 것을 보면 그것도 아니다. 자진삭제에는 고교생 관람가를 받으려는 투자자들의 압력도 작용한 모양이다. 상업적 논리에 의한 자체 검열과 몇장면을 빼면 영화 천제의 흐름이 달라진다고 생각하는 공진협. 「가위 버리기」와 완전등급제가 공허하다.<이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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