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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촬영감독 1호 김윤희씨/“시각보다 느낌의 아름다움 담고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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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촬영감독 1호 김윤희씨/“시각보다 느낌의 아름다움 담고싶어”

입력
1998.1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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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떠났던 러시아유학/촬영학과 유일한 여학생…/이제 ‘연풍연가’로 그만의 영상을 선보인다「연풍연가」(감독 박대영)의 첫 촬영이 있던 10월22일. 유난히 눈부신 제주도의 가을 아침햇살 속으로 김윤희(金允姬·30)씨가 크랭크를 타고 올랐다. 한국영화에 여성촬영감독 1호가 탄생되는 순간. 제작진 모두는 야릇한 감동에 젖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김씨는 『그냥 편안했다』고 했다. 촬영 전의 떨림이나 두려움도 카메라가 돌아가자 모두 사라졌다.

『이 영화에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고, 또 내가 좋아하는 「자연속의 사람」이라는 잔잔하고 편안한 구도가 처음부터 눈에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촬영이 끝나가는 지금도 그는 눈으로 보는 아름다움보다 느낌이 아름다운 영상으로 수줍은 샐러리맨과 관광가이드의 사랑을 이루어 주고 있다. 영상이 영화의 분위기나 인물들의 마음과 같은 느낌이 되는 것보다 더 좋은 촬영이 있을까.

그는 늘 혼자였다. 어릴 때부터 혼자 그림 그리길 좋아했고 고교(서울 석관고)를 졸업하고는 혼자 사진찍는 일에 2년동안 정신을 팔았다. 그리고 93년 어느 날 문득 영화촬영을 배우고 싶어 홀홀단신 러시아로 갔다. 타르코프스키감독이나 러시아영화의 매력을 알아서가 아니었다. 『국내 대학엔 촬영학과가 없고, 미국은 돈이 많이 들고, 그럼 가까운 러시아는 어떨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의 도전은 모스크바영화학교에서도 사건이 됐다. 여자가 촬영이라니. 유례가 없었다. 대부분의 교수들이 꺼렸다. 이론이나 연출을 전공하라고 권했다. 그때 알렉산드르 크냐진스키를 만났다. 바로 타르코프스키의 「잠입자」의 촬영감독이었다. 『촬영은 몸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마음과 머리로 한다. 성(性)이 무슨 상관이냐』며 그를 제자로 받아들였다. 촬영학과의 유일한 한국인이자 여학생으로 5년을 보냈다. 그의 손에는 석사학위가 쥐어졌다.

또 한 사람. 그에겐 유학시절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를 찍으러 잠깐 다녀간 유영길 촬영감독의 존재가 무척 고마웠다. 최선을 다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촬영감독의 자세를 배웠다. 한국에 돌아와 단편영화 「스케이트」 「동시에」를 찍으며 『한 번 원없이 긴 영화를 해봤으면』 했던 그에게 기회는 빨리 찾아왔다. 현장을 배운다는 생각으로 그동안 5편의 장편영화 촬영보조일을 하면서 이름이 알려진 덕분이다. 영화는 집을 짓는 것과 같아 모두가 서로 마음을 터놓고 상의하고, 서로에게 고마워해야 한다는 김윤희씨. 『촬영감독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교양입니다. 인간 자연 역사 사회에 대한 이해가 있고나서 빛이 있고 구도가 있습니다』<이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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