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은 흔히 『표 하나 얻으려고 산꼭대기를 오른다』『논두렁을 누벼보지 않은 사람은 민심을 읽을 수 없다』고 말한다. 옳은 말이다. 아무리 유능하더라도 임명직은 임명권자의 눈치를 보기 마련이다. 실제 대다수 의원들은 다음 선거를 의식, 어지간해서는 민심을 거스르는 언행을 하지 못한다.그러나 요즘 민초(民草)들의 여론을 안중에 두지 않는 담대한 의원들이 적지 않다. 그 대표적 예가 고소득 전문직종에 부가가치세를 부과하자는 부가세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재경위, 법사위의 변호사 세무사출신 의원들이다.
이들의 반대논리는 간단하다. 「IMF한파」에서 예외가 아닌 전문직종에 부가세가 부과되면, 부가세 만큼의 액수가 그대로 소비자에 전가된다는 것이다. 특히 기업은 전문직의 조력을 받더라도 부가세를 환급받을 수 있으나 일반 서민은 대개의 경우 환급받지 못해 결국 서민만 피해를 본다는 주장이다. 현실적으로 있을 법한 얘기다.
그러나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더 크다. 우선 『모두가 내는 부가세를 전문직만이 안내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조세형평론이 있다. 『가격경쟁을 유도하면 변호사나 세무사들이 부가세를 마냥 소비자에 전가할 수 없다』는 정부 관계자의 설명도 있다.
역시 가장 강력한 비판은 상식에서 비롯된다. 누가 봐도 변호사 회계사 등은 고소득계층이며 IMF시대에 서민의 눈에는 더욱 부자로 보인다. 지금껏 전문직종이 버는 만큼 세금을 냈다고 믿어온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럼에도 이들이 기득권을 고집한다면, 일반 국민은 논리이전에 감정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때문에 부가세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의원들은 국민의 대표가 아니라 자신이 속한 전문직의 대변자일 뿐이다. 만약 전문직종 의원들의 「활약」으로 부가세법 개정안이 이번에 통과되지 않는다면, 국민은 아예 부가세제의 전면개편을 요구하든지, 냉엄한 표로서 민심을 표현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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