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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기밀도 돈도 다 새나간다/‘빅5’ 빅딜 주체 선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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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기밀도 돈도 다 새나간다/‘빅5’ 빅딜 주체 선정서

입력
1998.1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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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출은행 생존전략까지/지나친 외국컨설팅社 의존/온갖 정보·거액비용 주고도 얻는건 고작 상식수준 조언『베인 앤 컴퍼니(현대)냐, A.T.커니(LG)냐』

5대그룹 대규모 사업교환(빅딜)의 걸림돌인 반도체부문 경영권을 놓고 현대와 LG가 벌였던 논쟁이다. 현대와 LG는 자신들이 추천한 컨설팅 업체가 경영주체를 결정해야 한다고 고집했다. 요컨대 한국 반도체산업의 앞날이 미국 컨설팅업체의 손아귀에 들어가 있는 형국이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 1년은 한국경제를 자신의 운명에 대한 판단과 결정을 외국두뇌에 의존해야 하는 「머리가 비었거나 다 노출된」 동물쯤으로 만들었다. 현대와 LG의 논쟁은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돈 주고 발가벗긴 한국경제

지난해말 이후 은행, 대기업 등 국내 업체들이 외국 컨설팅회사에 컨설팅의 대가로 지불한 돈은 「큰 것」만 쳐도 1,000억원이 넘는다. 특히 국내 25개 은행들은 구조조정에서 살아남으려고 10억∼20억원을 내고 미국계 회계법인의 실사를 받았지만 동화, 대동, 동남은행 등은 「제 돈 쓰고 퇴출」 되고 말았다.

엄청난 용역비보다 더 큰 문제는 기밀정보들이 마구 새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워크아웃과 관련, 국내은행에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는 일부 외국업체의 경우 은행과 기업의 기밀수준 정보까지 요구해 물의를 빚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컨설팅업체들은 거래고객의 비밀을 무덤까지 갖고 간다고 말하지만 겉보기에도 아찔한 수준의 기밀정보가 컨설팅이라는 명목으로 빠져나가는 것은 아닌가하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에서는 국제투자자본이 집결해 있는 뉴욕 월가에서 대형 컨설팅회사들이 『한국기업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갖고 있다』며 세일즈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상식 수준의 컨설팅이 대부분

막대한 돈과 정보를 들여 컨설팅을 받고 있지만 효과에 대해서는 막상 『글쎄』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M컨설팅사의 용역을 받아 최근 대대적으로 조직개편을 단행한 모은행 담당자는 『솔직히 컨설팅사의 서비스는 이미 우리도 알고 있는, 어찌보면 뻔한 이야기』라며 『최고경영자와 임직원들의 혁신의지가 결합되지 않으면 컨설팅 보고서는 휴지조각이 되고 만다』고 말했다.

■말라 죽는 토종 컨설팅업계

1년만에 외국 컨설팅업체가 한국경제의 「오피니언 리더」로 부상하면서 능률협회, 표준협회, 생산성본부 등 국내 컨설팅 업체는 명함도 못내밀고 있다. 발주기업에서 국내업체는 아예 제외시키기 때문인데 실제로 공공기관인 금융감독위원회 조차 「조직개편 컨설팅」을 미국회사와 수의계약으로 체결할 정도다.

물론 국내업체들도 외국업체들의 경쟁력에 대해서는 동의를 하면서도 『외국업체에 전적으로 의존한다면 컨설팅 등 고부가 정보산업이 국내에서 발전할 수 없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대기업계열 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도 세계 유수의 금융기관이나 컨설팅회사 근무경력이 있는 유능한 인력이 적지 않다』면서 『정보유출의 위험이 없으면서도 한국경제의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국내업체들에게 용역을 의뢰하는 것이 더욱 유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조철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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