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마련” 김성수 주교 직접 나서/500원짜리 커피 팔아 600만원 모금/“따뜻한 人情 아직 살아있어요”커피 한 잔의 온정이 모여 장애인을 위한 보금자리가 만들어진다. 대한성공회 김성수(金性洙·68) 주교는 25일 『그동안 점심시간에 팔아온 커피값과 후원금 등을 모아 다음달 장애인복지시설 「우리마을」의 공사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김주교는 올해 3월초부터 서울 중구 정동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 성당 앞마당에서 「우리마을」 건립기금 마련을 위해 매일 낮 12시부터 한시간동안 손수 커피를 팔아왔다. 김주교가 커피메이커에서 직접 뽑아 건네주는 500원짜리 이 커피는 「주교님커피」로 불리면서 하루 100잔 이상씩 팔려나가는 인기를 끌었다.
『자원봉사자 3∼4명과 함께 처음 커피를 팔기 시작했을 때는 좀 어색했지만 이내 손님들과 농담을 주고받을 만큼 친해졌다』는 김주교는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손님이 줄어 이달 말에는 「영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아쉬워했다.
「주교님커피」의 단골손님은 광화문일대 직장인들. 이들 가운데는 커피 한잔을 마신뒤 1만원짜리 지폐를 슬며시 놓고 사라지는 독지가들도 적지 않았다. 단골손님중 한명이었던 이동섭(李東燮·32)씨는 『점심식사후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주교님의 덕담까지 들을 수 있어 자주 찾았다』고 말했다.
이렇게 모인 커피값이 600여만원. 김주교는 『이 어려운 시절에 500원이 모여서 600여만원이 된 것은 아직도 인정(人情)이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작은 기적」』이라고 흐뭇해한다.
김주교는 95년 대한성공회 서울교구장에서 물러난 뒤에도 장애인 교육기관인 성베드로학교의 명예교장을 맡는 등 꾸준히 장애인돕기 활동을 펼쳐왔다. 김주교의 남다른 장애인 사랑은 『일찌기 배재고 재학시절 폐병을 앓으면서 몸이 불편한 이들의 고통을 너무나 잘 알게됐기 때문』이다.
인천 강화군 길상면 온수리에 지어질 「우리마을」은 장애인들에게 자활의 기반을 마련해주고 사회진출을 돕기위한 장애인전용 직업훈련교육시설. 연건평 610평의 2층짜리 건물 2개동에는 직업훈련 및 교육공간과 상담실·숙소 등 생활공간, 휴식마당 등이 갖추어져 18∼25세 정신지체장애인 66명을 수용, 교육할 수 있게 된다.
시가 20억원이 넘는 「우리마을」의 부지 2,000여평은 김주교가 개인 소유의 땅을 기꺼이 헌납한 것. 30억원 정도로 추산되는 공사비는 국고보조금에다 「주교님커피」 판매대금과 같은 소중한 마음들을 모아 마련할 계획이다.
김주교는 『어느해보다도 살아가기 힘든 때이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는 이웃을 위한 작은 사랑이 남아있다』며 『올 연말 주변의 어려운 이들에게 더많은 사랑을 베풀어달라』고 당부했다.<박천호 기자>박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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