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요 계원조형예대서 30일까지『작가 스스로를 「거리의 청중(Street Listener)」이라고 생각해요. 관객을 갤러리 안으로 끌어 들여 작가가 일방적으로 말하는 구도 대신 관객과 작가가 「소통」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이화여대 서양화과, 미 펜실베이니아대 대학원을 마친 작가 이주요(李宙遼·27)씨는 이상한 작가이다. 대단한 설치작품도, 회화작품도 없다. 그는 다만 듣는다. 의자와 파라솔을 들고 다니며 적당한 곳에 설치해 두고는 사람을 기다린다. 사람들은 자신의 성(性)생활을, 죽은 애완견을 말하고 때로는 전도를 하려는 사람들도 있다. 작가의 의도가 완전히 곡해되는 문화적 단절감에 맞닥뜨린 작가가 택한 새로운 소통 방법은 직접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이런 모습은 96년 10월 미국의 더데일리펜실베이니안지 1면에 소개되기도 했다.
그가 30일까지 경기 의왕시 계원조형예술대학 내 컨테이너 미술전시장(CoCA·03434201860)에서 전시를 갖는다. 전시 제목은 「Feet Trip」. 구두통을 들고 다니며 사람들의 발을 그려주고, 이것으로 초대장을 삼는 독특한 초청과정을 거쳐 준비한 전시이다. 초청장은 전시장에 이르는 길을 묘사한 글로 채워졌다. 초청장의 지시대로 따라가면 유리창이 하늘로 향한 컨테이너 전시장이 있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 유리창이 있던 자리에 다리를 넣고 앉으면 모든 것이 끝난다. 그 곳에서 작가와 대화할 수 있다. 특히 이 컨테이너에는 여름에도 양말을 신고 자는 발이 차가운 작가가 관객을 위해 마련한 「따뜻한」 배려가 숨어 있다.<박은주 기자>박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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