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사 지원·동남아 구상무역 해결 ‘지지부진’/수출금융·신용장 보증도 제대로 안해줘정부당국의 부처이기주의가 수출진흥의 뒷다리를 잡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극복의 가장 확실한 탈출구인 수출확대정책이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 한국은행 등 금융정책관련 부처의 「안이한 수출관」때문에 표류하고 있는 것이다.
25일 무역업계에 따르면 5월 이후 연속 6개월째 추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수출은 이제 벼랑 끝에 내몰린 상황이다. 통상 1∼2개월후의 수출을 가늠하는 지표인 수출신용장(L/C) 내도액이 10월에는 4년여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수출전망에 암운을 던져놓은 상태다.
결국 올해 수출은 40년만에 처음으로 감소, 정부의 무역수지 흑자목표(400억달러)의 달성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재경부 등 정부당국자들은 『해외의 수출시장이 무너져 수출하기가 어려워졌다』며 『수출금융지원 확대 등의 조치를 취해도 수출을 늘리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수출업계는 이에 대해 『수출입국을 표방한 이후 대외여건이 아무리 나빠도 수출이 줄어든 적이 거의 없었다』며 『지금 상태에서도 정부당국이 실효성있는 정책을 추진하면 수출을 크게 늘릴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국제금리하락 유가하락 달러가치하락(엔고) 등 신3저현상으로 수출확대의 호기가 도래했음에도 정부당국이 허송세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연말을 앞두고도 정부수출대책은 부처이기주의의 틀을 뛰어넘지 못한채 지리멸렬하고 있다. 정부는 수출신용장을 받은 수출업체가 수출못하는 일이 절대로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관련금융기관들이 정부의 방침을 외면, 수출신용장을 갖고도 수출금융을 받지못해 수출을 하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그러나 관계당국은 수수방관하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에서 꼽는 부처이기주의의 대표적 사례는 종합상사 지원과 동남아 구상무역문제다. 수출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종합상사 지원과 외환위기이후 최악의 상태에 빠진 동남아수출의 반전카드인 구상무역추진은 아직도 매듭지어지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무역금융지원, 종합상사에 대한 부채비율 예외인정등은 이미 연초부터 거론되어온 조치들』이라며 『하루가 시급한 위기상황에서 관계부처는 구조조정이라는 전가의 보도로 불가방침만 되풀이해 왔다』고 주장했다.
무역금융허용문제의 경우 이미 3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처음 주재한 무역투자진흥대책회의 당시 지원대책의 초안을 가다듬는 과정에서 거론되다가 재정경제부등 관계부처의 완강한 반발로 빠졌다.
관계부처는 대기업에 대한 지원은 세계무역기구(WTO)보조금협정과 IMF협약에 위배된다는 논리로 일관해왔다. 정부일각에서는 IMF측에 문의도 하지않은채 재경부 독단으로 깔아뭉개고 있다는 비판도 팽배한 상태다.
동남아 구상무역문제는 은행권의 안일한 사고방식을 그대로 보여준다. 수출주무부처인 산업자원부는 외환위기를 겪고있는 동남아국가들과의 구상무역 활성화를 위해 중앙은행간 청산계정 협정 체결을 한국은행에 10월말 요청했다. 10월까지 동남아 지역수출은 124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172억달러보다 마이너스 28%로 줄어 최악의 시장으로 남았기 때문이다. 청산계정 협정체결이 주는 수출증대효과는 지난해보다 줄어든 만큼인 50억달러가량이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추정이다. 이미 말레이시아를 중심으로 동남아국가들도 중앙은행간 청산계정 협정을 통해 수출의 물꼬를 트고있다. 한은은 그러나 25일 최종불가방침을 통고해 왔다.<이재열 기자>이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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