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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단죄” 국제인권사 이정표/英 상원,피노체트 체포 적법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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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단죄” 국제인권사 이정표/英 상원,피노체트 체포 적법 판결

입력
1998.1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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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내무 1주내 스페인 인도여부 결정/칠레 정부선 “끝까지 석방투쟁” 반발영국 최고 사법기관인 상원 재판부가 25일 칠레 전 독재자 아우구스트 피노체트의 체포가 적법하다고 판결, 국제인권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수립했다.

재판부는 이날 피노체트의 면책특권을 인정한 지난달 28일 고등법원의 판결을 뒤집는 판결을 내림으로써 스페인으로의 신병인도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그러나 최고법원이 검찰의 항소를 인정했어도 영국정부가 바로 피노체트를 스페인으로 인도하는 것은 아니다. 피노체트는 법절차가 완료될 때까지 영국에 체류해야 한다. 영국 내무장관이 1주일내로 신병인도 여부를 결정하며 이 결정도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유럽 인권단체들과 칠레정부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피노체트의 체포영장을 발부한 스페인 등 유럽국가의 인권단체들은 『영국 상원의 이번 결정이 「독재자는 반드시 처벌받는다」는 원칙을 세웠다』며 환호했다.

반면, 피노체트 석방에 대비해 전세기까지 대기시켰던 칠레정부는 영국을 맹비난하며 그의 석방을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반발했다. 피노체트 체포는 스페인 마드리드 국가법원 판사 가르손이 지난달 14일 체포영장을 발부하면서 비롯됐다. 스페인 사법당국은 즉각적으로 영국 사법당국에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을 통해 피노체트의 체포와 인도를 요구했다.

신병치료차 그동안 영국을 자유롭게 드나들어온 피노체트는 결국 영장 발부 이틀만인 16일 탈장(脫腸) 및 디스크 수술을 받고 병원에서 요양하다 전격 체포됐다. 스페인은 96년부터 피노체트 군사정권하에서 자행된 자국민 살해·고문·납치 사건을 집중조사해왔다.

피노체트 체포 사실이 알려지면서 스위스 독일 등 인근 6개국에서도 피노체트를 법정에 세우기 위한 움직임이 이어졌다.

피노체트 정권시절 가족이 비밀경찰에 의해 살해되거나 실종됐다는 진정이 이들 국가의 사법당국에 잇따라 접수됐다.

그러나 면책의 범위와 체포의 적법성 논란이 제기되면서 「유럽외교분쟁의 뇌관」으로 등장했다. 피노체트가 헌법에 따라 3월 종신상원 의원직에 취임하고 면책특권이 부여된 외교관 여권을 갖고 영국에 입국했기 때문.

칠레 정부는 이미 주권국가가 면책특권을 부여한 인물에 대해서 제3국은 외교관 면책특권을 인정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피노체트 변호사들은 78년 영국 국가면책법은 아돌프 히틀러에게조차도 면책특권을 인정하고 있다는 논리를 폈다.

영국 검찰은 나치 전범들을 심판한 뉘른베르크 재판 등과 테러수사에 대한 회원국간 협조를 규정한 유럽협약 등을 내세우며 사법처리를 주장해왔다. 이같은 논란속에 영국 고등법원은 지난달 28일 영국 당국이 그를 체포한 것은 불법이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고등법원은 피노체트를 석방하지는 않고 최종 판단을 대법원격인 상원에 넘겼다.<김혁 기자>

◎판결 이모저모/피노체트 내달 2일 법정 증언/대처 “피노체트 석방해야”

○…칠레의 전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는 25일 영국 상원 재판부의 면책특권 불인정 선고에 따라 12월2일 자신의 스페인 신병인도에 대한 증언을 위해 법정에 직접 출두할 예정이다.

런던 북부의 한 병원에서 보호감호중인 피노체트는 이날 영국 상원 재판부의 결정이 발표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실망감을 표시했다.

피노체트는 영국 경찰의 감시하에 글로브랜드 프라이어리 병원의 한 병실에서 부인 루시아와 함께 자신의 운명이 결정될 상원 재판부의 심리를 줄곧 TV를 통해 시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가렛 대처 전 영국 총리는 영국 상원 재판부의 이날 판결을 강력히 비난하며 피노체트를 두둔하는 발언을 했다.

대처 여사는 『(피노체트) 상원의원은 늙고 허약하며 건강이 좋지않다. 동정적 차원에서 고려해도 그는 칠레에 돌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피노체트와 오랜 친구였던 대처는 또 『나는 피노체트를 석방함으로써 칠레와 영국의 국익이 지켜질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있으며 영국 내무장관은 이를 실천할 능력을 지니고 있다』며 내무장관의 석방결정을 촉구했다.<이상원 기자>

◎1표차로 ‘뒤바뀐 운명’/법관의원 의견 대립… 3대 2로 적법 판결/피노체트 83회 생일날 결정 아이러니

아우구스토 피노체트에 대한 판결은 영국 최고 사법기관인 상원의 재판을 담당하는 5명의 법관의원들이 다수결로 결정했다.

6일동안 이 사건을 심리한 5명의 법관의원들은 다수결 결정에 앞서 차례로 이 사건에 대한 자신들의 개별 의견을 밝혔다. 이들은 피노체트가 집권기간중 국가원수로서 취한 행동에 대한 면책특권을 인정한 10월28일자 영국 고등법원의 판결에 대해 심각하게 토론했다.

대량학살, 고문, 테러 등 3가지 혐의를 받고 있는 피노체트의 운명은 마침 그의 83회 생일이기도 한 이날 오로지 이들의 손에 달려있었다. 그리고는 마침내 표결에 들어가 3대 2로 피노체트의 면책특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판결에 도달했고 짤막한 판결문이 낭독됐다.

이번 재판을 맡은 법관의원들은 로즈 스테인, 로이드, 슬린, 니콜스, 호프만 등으로, 모두 전 보수당 정부가 종신 귀족에 임명한 판사 출신 상원의원들이다.<황유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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