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프로씨름 「스모(相撲)」는 충실한 제의적 원형과 함께 씨름꾼이 일정한 계급을 갖는 점이 중요한 특징으로 꼽힌다. 씨름꾼은 크게 하급 씨름꾼인 「마쿠노시타(幕下)」와 중급인 「주료(十兩)」, 상급인 「마쿠노우치(幕內)」로 나뉜다. 3등급은 따로 나뉘어 경기를 펼친다.봉건시대 연봉 10냥을 받았다는 데서 이름이 유래한 「주료(十兩)」가 돼야만 겨우 전문씨름꾼의 길에 들어섰다고 할 수 있다. 「주료」에서 올라 가면 「마에가시라(前頭)」·「고무스비(小結)」·「세키와케(關脇)」·「오제키(大關)」를 거쳐 정상인 「요코즈나(橫綱)」에 이르게 된다.
이같은 계급은 그 동안의 전적을 바탕으로 매겨진 것이어서 씨름꾼의 실력을 그대로 나타낸다. 따라서 스모대회의 꽃인 마쿠노우치 경기에서는 으레 요코즈나, 오제키, 세키와케 등 「3역」이 우승하게 마련이다. 특히 최근에는 와카노하나(若花)·다카노하나(貴花) 형제 요코즈나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22일 끝난 큐슈(九州)대회에서는 마에가시라인 고토니시키(琴錦)가 쟁쟁한 상급 씨름꾼들을 잇달아 물리치고 우승, 「뻔한 씨름판」을 확 뒤집었다. 91년 가을대회 이래 두번째인 그의 우승은 모두가 「3역」 아래 「히라마쿠(平幕)」 등급에서 이룬 것으로 히라마쿠 2회 우승은 스모사상 초유의 일이다.
더욱이 이런 쾌거가 은퇴까지 고려할 정도의 절망을 딛고 일어선 것임이 알려지면서 일본국민의 분발을 자극하고 있다. 7월 나고야(名古屋)대회에서 무릎 부상으로 은퇴의사를 비친 그에게 도장의 사범은 『약한 마음을 먹지 말라』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길 것을 가르쳤다. 이를 악물고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 결과 30세의 한물간 나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폭발적인 공격력을 보여 주었다.
일본국민에게 모처럼 「하면 된다」는 각성을 심은 고토니시키 열풍. 어두운 시절, 멀리서 빛나는 큰 별보다는 작은 별들의 반짝임이 눈부신 것일까.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