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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콤플렉스’/노진환 논설위원(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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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콤플렉스’/노진환 논설위원(지평선)

입력
1998.1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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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보고 땅을 보고」(저자 양수정)는 삼십몇년전 베스트 셀러였던 논픽션물의 제목이다. 이 책은 저자 양씨가 서대문교도소 수감중에 목격한 교수형 집행장소로 걸어가는 사형수들의 마지막 모습들을 담고 있다. 양씨는 이 책에서 한때 세상을 호령했던 최인규·임화수씨를 비롯, 거의 모든 사형수가 「넥타이공장」으로 통했던 사형집행장소로 가면서 마치 이승에서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치는듯, 하늘을 한번 올려다 보고 또 땅을 내려다 보는 행동을 반복하더라고 전한다.5·16직후 쿠데타주역들은 혁신등 좌경세력에 대해 대대적 소탕작업을 벌였다. 4·19후 한때 반짝했던 교원노조의 핵심세력등을 비롯, 좌경의심을 받은 인사들은 이 과정에서 혹독한 시련을 당했다. 당시 좌경 혁신계신문으로 평판이 났던 민족일보의 편집국장이던 이 책의 저자 양씨도 소위 「민족일보 사건」으로 발행인 조용수사장(국가보안법위반등 혐의로 처형됨)등과 함께 서슬퍼런 혁명재판대에 서게 되었다.

5·16쿠데타의 주역 박정희소장도 한때 좌익으로 몰려 사형선고를 받았다가 뒤에 복권된 사실은 역사의 기록으로 남아있다. 마치 자신의 「레드 콤플렉스」를 지우기라도 하듯 그는 권력을 잡은후 좌익에 대해 엄격했다. 한때는 자신의 가족과 친한 사이로 알려졌던 남파간첩 황태성도 그와의 접촉시도 과정에서 발각돼 처형한 것도 이 무렵의 일이다.

지금 세간에는 인혁당사건등 사법살인 의혹이 있는 사건의 재심과 각종 의문사에 대한 사인규명 요구가 드세다. 박정희의 영구집권 야욕인 유신독재를 반대했다는 이유로 재심의 기회마저 박탈당한채 서둘러 집행장소로 끌려갔던 도예종씨등 인혁당 관련 8명의 사형수들 마지막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그들도 역시 하늘과 땅을 번갈아 쳐다보면서 이 땅에서 태어난 것을 원망하지나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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