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눈깨비가 내리던 23일 저녁,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소박하지만 뜻깊은음악회가 열렸다. 충북 음성에서 온 시골 동네실내악단 한길체임버오케스트라가 창단 2년만에 첫 서울공연을 가진 것이다.한길체임버는 음성군 원남면 하당2리의 한길교회 정진식(37) 목사가 주민들을 직접 가르쳐서 만든 아마추어단체다. 국내 하나뿐인 면단위 농촌실내악단인 이 단체는 바이올린, 첼로, 더블베이스로 이뤄져 있다. 이날 무대에 오른 단원 25명은 대부분 정목사를 만나기 전에는 바이올린을 구경도 해보지 못한 사람들이다. 초등학교 4학년 어린이부터 주부, 직장인, 동네보건진료소 간호사, 유치원 교사등 평범한 이웃들이다.
이들은 150여명의 관객 앞에서 정목사의 지휘로 로시니의 「윌리엄 텔」 서곡, 모차르트의 교향곡 40번, 하이든의 「놀람」교향곡등을 열심히 연주해서 따뜻한 박수를 받았다. 두 번의 커튼콜, 앙코르로 「고향의 봄」반주에 맞춰 관객들이 합창하는 것으로 1시간30분동안의 공연은 끝났다. 비록 느리고 서툰 연주에다 악보를 따라가느라 잔뜩 긴장된 표정이었지만 그들의 연주에는 풋풋한 감동과 신선함이 있었다.
서울대와 연세대에서 음악을 전공한 정목사가 음성지역민을 상대로 무료음악교실을 연 것은 5년 전. 7명으로 시작해 지금은 정단원 25명, 예비단원 35명이 됐다. 예비단원에는 음악가의 꿈을 키우는 보육원생도 있다.
정목사는 『동네마다 아마추어 오케스트라가 생겨나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앙상블소리에 발걸음을 멈출 수 있는 사회가 되면 세상은 좀 더 따뜻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웃끼리 앙상블을 이루는 동네오케스트라, 생각만 해도 즐겁다. 한길체임버는 25일 저녁 8시25분 KBS 2TV 「문화탐험 오늘의 현장」프로그램을 통해 소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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