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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뚫린 사회복지/실직 105만명 생계 막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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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뚫린 사회복지/실직 105만명 생계 막막

입력
1998.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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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이후 1년은 우리 사회복지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기간이기도 했다. 호된 경제한파 속에서 중산층을 자처하던 사람들이 하루 아침에 빈민층으로 전락하고, 수많은 가장들이 일터를 잃은 뒤 생계 걱정에 밤잠을 설쳤다.더러는 노숙자나 부랑인으로 내몰리는 동안 사회는 안전망(網)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적자생존의 줄타기에서 실족한 낙오자들을 기다린 것은 든든한 안전 쿠션이 아니라 차디찬 시멘트 바닥 뿐이었다.

실직후 명퇴수당이나 퇴직금을 받고 일정 기간동안 고용보험의 혜택을 받는 대기업 사원들은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 일반 기업체에서도 신분이 불안정한 임시일용직이나, 일체의 사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5인 미만 사업체의 종사자들에게 실직은 「사형선고」를 의미했다. 이들이야말로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서 일자리를 유일한 생계수단으로 삼아온 「한계 계층」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IMF이후 노숙자 신세로 전락한 많은 사람들이 바로 이 계층이었다.

보건복지부의 추계에 따르면 11월 현재 전체 임시일용직 근로자는 31만8,000명, 5인 미만 사업체 종사자는 162만6,000명선이다. 어림잡아 194만4,000여명(4인가족으로 치면 780만명)이 실직을 당할 경우 당장 생계가 곤란한 절대빈곤층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행히 올해 처음 도입된 「한시적 생활보호사업」으로 한계 계층의 일부가 한시적 생보자로 선정돼 월 7만9,000(1인 가구)∼32만원(6인〃)의 생계보조비를 지원받고 있다. 4월 이후 현재까지 20만명 정도가 혜택을 받았다. 복지부는 실업률 10%를 기준으로 연말까지 31만명, 내년도엔 57만명을 한시적 생보자로 선정해 지원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 제도 역시 「가구원 1인당 월소득 22만(한시적 생계보호대상자)∼23만원(〃 자활보호대상자) 이하에 4,400만원 미만의 재산보유자」라는 다소 까다로운 기준 때문에 사회안전망의 기능을 다한다고 보기는 힘들다. 살던 집이 법원 경매로 넘어갔거나 집을 팔려고 해도 안되는 경우, 소득이 있어도 병원비나 은행이자등 고정지출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 아예 소득파악이 불확실한 경우는 대상에서 제외된다. 실제로 일자리를 잃은 뒤에도 아무런 사회적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한계 계층 실직자가 105만명에 이른다는 분석(한국보건사회연구원)도 있다.

사회안전망이 없는 대량실업은 범죄와 자살, 홈리스, 가족관계의 와해 등의 사회적 병리현상을 낳기 마련이다. 오늘과 같은 사회불안과 혼란이 지난 30여년간 고성장·저실업의 구조 아래 사회복지 부문에 투자를 게을리한 결과라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장기간의 경제난이 예상되는 지금이야말로 일시적 미봉책보다는 거시적이고 근본적인 사회안전망을 구축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당장 사회보장제의 기준을 완화해 수혜자의 범위를 확대하고 개발연대의 「성장」 그늘에 가려져왔던 「분배」의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변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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