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합병후에도 상당기간 ‘따로 조직’/급여·인사문제 등 조직화합 큰 걸림돌/현대LG 등 빅딜기업에도 파장 예고은행 합병에 노조통합이 「암초」로 등장하고 있다. 내년 1월 합병은행으로 공식출범하는 상업한일, 국민장기신용, 하나보람은행 노조는 합병 이후에도 상당 기간 「한 지붕 두 가족」체제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합병은행들이 복수노조를 유지할 경우 대규모 사업교환(빅딜) 대상인 대기업 노조도 이 선례를 따를 가능성이 크다. 급여 인사문제 등을 둘러싸고 노사 대립은 물론 노노(勞勞) 갈등이 불거질 경우 합병 자체가 위기를 맞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 기업구조조정이 노조 이원화라는 큰 복병에 부닥치고 있다.
■구조조정 차질 우려
합병은행 노조들은 당장 노조통합은 어려운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일은행과 국민은행 노조는 다음달 중 새 노조위원장을 선출한다.
새 집행부가 출범하자마자 노조 통합문제부터 다루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데다 노조통합에 대한 공감대도 넓지 않은 형편이다. 합병은행 노조 관계자는 『노조통합은 빨라도 1년, 늦을 경우 3년 이상은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도쿄미쓰비시은행이 합병하면서 노조 통합에 1년6개월 넘게 걸린 예도 있다.
합병은행의 복수노조는 해당 은행의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합병을 추진하는 다른 은행은 물론 기업구조조정에까지 선례가 되어 영향을 미칠게 분명하다.
반도체 빅딜로 심한 갈등을 빚고 있는 현대전자LG반도체는 원만하게 통합하더라도 노조 문제가 언제라도 불거질 수 있다. 항공기 철도차량등 3개 회사나 사업부문이 합치는 빅딜은 문제가 더 복잡하다.
■조직 갈등 가능성 여전
복수노조에서는 단체협상 임금협상의 중복이 불가피하다. 노사끼리 각각 협상을 진행해야 하고, 노조 간에도 협상의 수준을 맞추기 위해 대화해야 한다. 하지만 합병선언 이후 조직구성과정에서 터져 나온 은행간 갈등은 물론 노조간 마찰을 볼 때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화학적 결합」을 방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당장 급여체계의 세세한 부분이 시비거리로 돌출할 전망이다. 통합과정에서 경영진끼리 대원칙을 세웠더라도 불리하다고 판단한 노조가 임금협상에서 수정을 요구하면 협상원칙이 흔들릴 수도 있다. 임직원 인사를 두고 노조를 중심으로 양쪽 직원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내년에 추가 직원감축을 계획하고 있는 상업한일, 조직체계나 문화 차이가 큰 국민장기신용은행 등은 이런 문제들이 큰 복병이다.
■복수노조 가능한가
노동조합법은 하나의 사업장에 노동조합이 조직되어 있는 경우, 2001년 말까지는 그 노조와 조직대상을 같이 하는 새로운 노조를 설립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합병은행 노조 관계자는 『복수 노조 허용은 근로기준법에 명시되어 있는데다 합병의 경우 노조 신설이 아니어서 노동조합법상 불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합병 기업의 복수노조 유지는 법적으로 문제는 없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노동계에서 조차도 복수노조 상태를 염려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금융노련 관계자는 『노조 통합이 늦어지면 직원 화합 뿐 아니라 조직 전체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합병대상 노조들이 당장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검토하고 교섭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김범수 기자>김범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