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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룩무늬민물담치(권오길의 생물이야기: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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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룩무늬민물담치(권오길의 생물이야기:26)

입력
1998.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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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서 美 유입… 소탕실패/점차 수질정화 효과 입증/“해만 끼치는 생물은 없다”88년 미국의 오대호에 얼룩무늬민물담치(Zebra Mussel)가 처음으로 나타나 패류학자들을 잔뜩 긴장케 했다. 동유럽 원산인 이것이 미국으로 건너온지 10년도 채 안돼 오대호 전역, 북미 50개의 큰 호수에 퍼져 나갔다.

플랑크톤처럼 떠다니는 이 민물담치는 흐르는 강물을 따라 쉽게 퍼져 나가고 족사(足絲)라는 실을 뻗어내 배 밑바닥에도 붙어 멀리 퍼져 나간다. 이 놈들이 나타났다 하면 강이나 호수의 밑바닥에 시루떡처럼 몇 겹을 이루니 저보다 수십배나 큰 토종조개들이 먹이를 빼앗겨 죽어 나자빠지고, 더덕더덕 수로를 틀어막아 절대수량이 줄어 발전소의 모터가 타버리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인들도 거액 1억2,000만달러나 써서 물리·화학적 방법을 다 동원해 봤으나 사람의 힘으로는 어쩔 수가 없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무위자연의 정신으로 돌아가 자연 자체에 맡겨 버렸다고 한다. 유럽의 호수나 강도 이 놈의 침공을 받아 200여년간 창궐하더니 이제는 그 수가 줄고 균형을 찾았다고 한다.

그런데 이 조개의 긍정적인 구석도 있으니 우선 눈에 띄는 것만 해도 호수의 물을 맑아지게 하고, 깨끗한 물에 사는 하루살이유충이 40년만에 생겨나며, 철새인 오리무리가 전보다 더 많이 날아들고 오래 머문다는 것이다.

세상에는 절대로 해만 주는 생물이 없다. 「어머니자연」이 이들을 받아들였으니 그를 믿고 『새로운 이웃과 어떻게 어울려 사는가를 배워야 한다』는 것인데, 그래서 우리도 저 황소개구리나 여러 유입종(流入種)을 우리의 이웃이나 친구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씨를 말리겠다는 헛수고는 시행착오로 충분하니까.<강원대 생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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