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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품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박은주 문화과학부 기자(여기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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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품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박은주 문화과학부 기자(여기자 칼럼)

입력
1998.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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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주부들이 콩나물 한 봉지를 사도 꼭 백화점에 간다고 나무라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때로 백화점에서 사는 게 오히려 이득일 때가 있다. 시장에서는 무조건 500원, 1,000원 어치씩 팔기 때문에 식구가 적은 사람들은 차라리 백화점에서 무게대로 사다 먹는 것이 낫다. 주택가의 백화점은 때마다 비싼 찬거리를 무더기로 들여다 놓고 염가에 판매하기 때문에 재래시장보다 싼 경우가 많다. 화려한 것이 좋아 주부들이 백화점중독증에 빠진 것만은 아니다.백화점이 경품의 수준을 확 올렸다. 얼마 전에는 한 백화점이 경품으로 아파트를 내놓더니 지난 주말부터는 50만원 이상, 100만원 이상 물건을 사면 냉장고나 전자레인지 같은 가전제품을 준다고 대대적으로 광고를 하고 있다. 백화점들이 이런 경품을 내놓으면서 서울시내 주요 도로는 주말 늦은 저녁시간까지 정체되기 일쑤이다.

그러면 이 게임은 언제나 소비자가 유리한 것일까. 대형 할인점에 가보면 대형 카트에 물건을 잔뜩 싣고 계산대 앞에 서 있는 사람이 태반이다. 한 번 사면 5만원, 10만원은 훌쩍 넘어간다. 그러나 묶음으로 파는 라면이며 과자들을 싸다고 사두었다가 썩거나, 유효기간이 지나 버리는 것들도 많다. 「50만원」 「100만원」의 아귀를 맞추기 위해 「어차피 다음에 살텐데」라며 망설이는 자신을 설득해가면서 장을 본 경험이 주부들에게는 한 두번씩은 있을 것이다.

모든 게 다 있다는 백화점에는 시계와 유리창이 없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밖에 날 저무는 줄 모르고 그저 열심히 쇼핑하시라는 「배려」에서다. 백화점 입구는 또 여름엔 유난히 시원하고, 겨울엔 후끈하다. 바깥과는 다른 별세상에 들어와 있다는 환상을 심어준다. 밝은 조명에 유난히 많은 거울은 자기 모습에 도취하는 「나르시시즘」을 만들기에 충분하다.

백화점은 허영의 공간만은 아니다. 그렇다고 알뜰주부의 「호구」도 아니다. 경품판매가 끝나면 곧 세일이 시작된다. 경품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결코 노여워 말기 위해서는 냉정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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