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위는 또 하나의 ‘뇌’(송 박사의 위장병 이야기:1)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위는 또 하나의 ‘뇌’(송 박사의 위장병 이야기:1)

입력
1998.11.24 00:00
0 0

◎신경·호르몬통해 뇌와 연관/소화과정 복잡한 기능 수행/스트레스 등 정신건강에 민감소화기질환 치료분야의 권위자인 서울대의대 송인성교수의 건강칼럼을 10회에 걸쳐 싣는다. 송교수는 소화불량 위염 위궤양등 한국인들에게 가장 흔한 질환인 위장병의 최신 치료 및 예방법을 소개할 계획이다.

밥을 먹지 않은 상태의 위는 아주 볼품이 없다. 쭈글쭈글하며 과거 등산갈 때 지녔던 가죽 물주머니같다. 크기는 어른 손바닥 정도지만 위 속에 공기를 집어 넣으면 한 번에 1,500∼2,000㏄가 들어갈 정도로 신축성이 좋다. 초식동물의 위는 3∼4개로 구성돼 있으나 사람의 위는 하나이다. 긴 자루를 구부려 놓은 것같은 모양의 위는 기능상 위쪽 절반인 체부(體部)와 아래쪽 절반인 전정부(前庭部)로 나눌 수 있다.

체부는 음식물의 창고 역할을 한다. 아주 잘 늘어나 팽만감을 느끼지 않고 한 번에 많은 음식을 먹을 수 있다. 밥 한 그릇, 국 한 대접, 여러 가지 반찬을 먹어야 포만감을 느끼는 것은 초식동물의 공통된 현상으로, 한 번에 많이 먹었다가 안전하고 조용한 곳에서 천천히 소화하려는데 목적이 있다.

전정부는 음식을 잘게 부숴 소장으로 내려 보내는 역할을 한다. 입에서 아무리 잘 씹어도 음식물조각의 크기는 수㎜가 된다. 하지만 전정부에서 맷돌과 같이 잘게 부수기 때문에 소장으로 내려갈 때는 1㎜ 이하의 작은 입자가 돼 쉽게 소화흡수가 된다.

위의 소화능력은 음식물의 양과 종류에 따라 달라진다. 기름진 음식을 먹은 후 오랫동안 배가 그득한 것은 위의 배출기능이 억제된 탓이며, 죽을 한 두 그릇 먹어도 금방 배고픔을 느끼는 것은 빨리 소장으로 내려가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누워 있거나 당뇨병 갑상선저하증 위염 위궤양등이 있을 때 소화불량증세가 오는 것은 위의 배출기능이 떨어진데 원인이 있다.

위의 또 다른 중요한 기능은 위산과 소화효소를 분비해 소화를 돕고 음식물과 같이 들어오는 독소 세균등을 무력화하는데 있다. 위산을 제거하는 제산제나 산분비억제제를 오랫동안 복용하면 위 속의 수문장역할이 약해져 쉽게 세균에 감염되기 때문에 이질등에 걸릴 확률이 높다.

위의 복잡한 기능은 신경과 호르몬을 통해 뇌와 깊이 연관돼 있다. 우리는 맛있는 음식만 봐도 입 속에 침이 돌고 위장운동이 시작된다. 위장병이 많아지는 것도 스트레스가 많은 생활과 관련있을 것이다. 그래서 뱃속에 또 하나의 뇌가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위가 튼튼해지려면 정신건강이 우선해야 한다.<송인성 서울의대 교수·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과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