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다루기의 국론은 수렴되어 가는 과정인지 분열되어 가는 과정인지 정말 얼떨떨하다. 육감으로는 이렇게 북한다루기의 혼선과 대립이 심해져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 1년만에 IMF구제금융위기가 왔듯이 「북한 다루기 IMF」가 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 나는 이런 말의 전치사로 북한문제 비전문가의 육감으로라는 말을 쓰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혼란은 바로 북한문제·통일문제 전문가들과 이들을 이용하는 정치꾼 장사꾼들로부터 오기 때문이다. 물론 근본 원인은 북한의 철저한 통제체제와 대남(南) 대미(美) 2중전략 때문이다. 조지 오웰의 「1984년」식 「대형(大兄)」 통치로 인하여 북한독재자는 대외전략전술의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 언어와 행동, 정부와 민간, 군사도발과 외화벌이, 주체와 구걸, 평화와 대남 적화통일이라는 겉과 속이 다른 2중 전략전술을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있다.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다. 북한의 체제화한 행동양식이다.우리도 이런 북한의 2중 전략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겉으로는 북한 다루기에서 겉과 속이 다른 2중성 양면성을 띠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이나 일본의 대북강경론자나 온건론자와 우리나라의 대북강경론자나 온건론자가 같을 수는 없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그 어느 편에서건 북한다루기의 2중적 성격은 인정하고 들어가야 한다. 4대 강국의 북한 다루기는 외국 다루듯 할 수 있지만 우리에겐 북한동포 민족통일이라는 다른 차원의 더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어 북한 다루기의 진실성 성실성은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의 그것과는 전혀 다를 수 밖에 없다. 우리 쪽에서 정말 진지한 포용론자라면 아마 성인(聖人)의 경지에 이르러야 할 것이다. 즉 북한이 왼뺨을 때리면 오른뺨 마저 내주는 그런 종교적일 정도의 관용과 사랑의 햇볕론이 아니고서는 효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폭풍론자라면 전쟁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북한의 배곯는 2,000만 동포를 구하고 통일의 과업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필요하면 몇 십만의 희생도 무서워 하지 않는 진지성이 있어야 한다. 우리는 둘을 모두 필요로 한다.
이 땅의 혼란은 바로 북한전문가, 그리고 이들을 이용하는 집권자들이 북한 다루기의 2중성을 북한에 대해 쓰지 않고 대내용으로 써먹는 데 있다. 전문가들 이야기를 들으면 72년 7·4 공동성명의 서명자부터 그 후 지금까지 「남북정상회담」에 연연하는 집권자들 모두가 북한 다루기의 본질적 2중성을 정권의 단기이익에 교묘히 악용해 왔음을 알 수 있다. 여북하면 30대 4류 정치꾼들마저 「판문점 총격」시나리오를 서슴없이 배웠겠는가. 금강호의 동해, 간첩선의 서해, 국론 합의 아닌 혼란을 증폭시키는 국회, 소아병적 경쟁 때문에 「선별입북」에도 순종하는 언론, 추문덮기 내교(內交) 위해 외교에 바쁜 클린턴, 갈수록 혼란스럽기만 하다.
북한의 2중성으로 해서 우리도 햇볕과 폭풍의 양면을 모두 써야 한다. 거기엔 두 가지 조건이 있다. 지도자들간에 북한 다루기 본질에 대한 이해와 합의가 있어야 하고 우리의 「힘」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한다. 힘이란 첫째 북한의 침략과 독재를 햇볕과 폭풍으로 억제할 수 있는 힘, 둘째 북한의 굶주린 동포를 구제할 수 있는 힘, 셋째 기회가 왔을 때 통일 할 수 있는 힘, 넷째 궁극적으로 4대 강국중 통일방해 세력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다. 그 점에서 힘을 빼는 낭만적 통일지상주의와 권력 획득과 유지용 북한 다루기야 말로 최악의 반민족 반국가 행위이다. 실력 없이 GNP거품에 취하다 IMF경제위기를 맞았듯이 안의 합의와 힘에 바탕하지 않은 북한 다루기는 필경 「IMF증후군」에 휩싸인다.
북한 다루기는 궁극적으로 북한 아닌 우리 다루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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