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총재정부 對北대응 국민들 불안감 있어/核의혹·재벌개혁 등 전례없는 국정 토의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23일 여야 3당대표 등을 초청해 가진 정상외교의 오찬 설명회는 전례 없이 진지한 국정의 토의장이 됐다.
이회창(李會昌) 한나라당총재는 이 자리에서 북한 핵의혹, 재벌 개혁, 간첩선 침투 등 3가지 현안에 대해 기탄없이 문제를 제기했다. 김대통령은 홍순영(洪淳瑛) 외교통상장관, 청와대 강봉균(康奉均) 경제·임동원(林東源) 외교안보수석 등이 차례로 보고토록 한 뒤 정부 입장을 소상히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했다.
김대통령 취임후 지금까지 3차례의 설명회는 야당총재가 불참했거나, 정부측의 일방적 설명만이 이뤄졌었다. 김대통령은 이날 이례적으로 국회의원 시절 외유와 관련된 「진한 농담」을 던지며 이총재와 「재회」의 자리를 부드럽게 유도하기도 했다. 오찬은 예정을 넘겨 2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다음은 대화록 요지.
▲이총재=정상외교에 애를 많이 쓰셨습니다. 미국은 북한 지하시설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제네바 합의를 파기하겠다고 했는데, 정상회담을 통해 안보문제에 대해 의견이 일치한 것을 보고 국민이 안도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정부는 지하시설의 핵 의혹이 분명해질 때까지 신중하겠다는 입장인 것같습니다. 이런 대응방법을 놓고 국민의 불안감이 있음을 유념해야 합니다.
▲김대통령=지하시설에 대해 현장검증을 해서 확실하게 핵으로 확인되면, 북한측에 즉각 폐쇄를 요구할 것입니다. 폐쇄하지 않으면 중대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끝내 현장조사를 거부하면 한미간에 심각하게 문제를 논의할 것입니다.
현재는 핵시설이라는 증거는 없고 의혹이 있습니다. 우리가 제네바 합의에 의해 막대한 자금으로 경수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북측이 핵을 가지지 않겠다는 의무를 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당연히 시설을 보여줘야지 돈을 대가로 내놓라고 해서는 안됩니다. 워낙 중대하기 때문에 이 문제는 반드시 야당과 협의해서 결정하겠습니다.
▲이총재=간첩선인지, 괴선박인지 우리 해역에 침투해 진돗개 하나까지 발동됐는데, 대통령께서는 10시간이 지나 보고를 받으셨습니다.
▲임동원 수석=우리 합심조의 정확한 결론은 20일 오후 7시에 나왔습니다. 오전에 홍콩으로는 레이더에 물체가 잡혔다는 보고 만이 들어왔습니다.
▲김대통령=어쨌든 현장 대처가 부족했다고 봅니다.
▲이총재=재벌개혁에 대해 우리 당은 (김대통령과)기본적으로 취지가 같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필요성에 의해 추진돼야지, 미국이 신속하게 요구한다고 영향을 받거나, 외국투자가의 논리에 의한 개혁이 돼서는 안됩니다.
▲김대통령=재벌개혁은 노동계도, 국민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채권자인 은행은 채무자인 기업에 개혁을 요구할 의무와 권리가 있습니다. IMF이후에도 5대 재벌의 재산은 오히려 늘어났고, 국민이 돈이 없는 가운데에서 회사채로 5대재벌에 80%의 돈이 들어갔습니다. 기아만 하더라도 정부는 포드를 원했지만 자율로 하다보니 현대로 갔습니다. 개혁을 해서 돈을 버는 것은 재벌이지 우리가 아닙니다. 연말까지 개혁을 마무리하고 내년부터는 순조롭게 경제를 살려가야 합니다.<유승우 기자>유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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