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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도시 줄여야 하는 이유/전상돈 체육부장(광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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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도시 줄여야 하는 이유/전상돈 체육부장(광화문)

입력
1998.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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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진 불씨를 부질없이 되살리려는 게 아니다. 불씨가 꺼졌다고 덮어버리는 사람들에게 「마지막」으로 불씨를 점검하자는 것이다. 불씨는 아직도 꺼지지 않았고 언제 다시 타오를지 모르기 때문이다.그동안 2002년 월드컵 개최도시 문제는 혼전의 연속이었다. 주경기장의 신축은 이달초 상암동 서울월드컵 주경기장의 기공식이 열려 완전히 일단락됐다.

그러나 개최도시의 선정은 여전히 미결이다. 국민의 정부 출범초기부터 9월 중순까지만 해도 개최도시의 축소는 대세였다. 김종필 총리, 신낙균 문화관광부 장관, 박세직 월드컵 조직위원장,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 등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개최도시 축소를 시사했다.

그런데 무슨 연유에서인지 10월 들어 축소문제가 수그러 들었다. 이달초에는 국제축구연맹(FIFA) 실사단이 내한, 준비상황을 점검했다. 이들은 『한국이 제안한 10개도시 개최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 한 마디에 개최도시 문제는 결론이 났다고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불과 두달전까지만 해도 정부와 조직위, 축구협회가 의문을 품었던 10개 도시의 필요성과 경제성, 개최능력도 해결된 것일까.

94년 미국월드컵은 9개 도시에서 54게임을 치러냈다. 64게임으로 늘어난 98년 프랑스 월드컵도 10개 도시에서 개최했다. 도시당 평균 6게임을 약간 상회한다. 총 64게임을 치를 2002년 월드컵은 한·일 양국이 공동 주최하기 때문에 각각 10개 도시에서 32게임, 도시당 평균 3.2게임을 치르게 된다.

3게임 정도를 위해 1,450억원(전주)에서 4,732억원(대구)을 경기장 건설에 투입해야 한다. 이 때문에 경제성이 대두됐던 것이다. 더구나 요즘은 IMF시대다.

10개 도시의 준비 능력도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한다.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은 공사비의 30%가 국고에서 지원된다. 나머지 도시는 전액 자체부담이다. 이들은 나름대로의 재원확보 계획을 마련했다. 하지만 명확치 않다. 한때 대안으로 떠올랐던 축구복표사업 도입에 따른 외자유치도 불투명하다.

전액 자체부담인 한 도시는 연간 예산이 1,167억원이며 수입은 442억원에 불과, 재정자립도가 37.9%에 그친다. 그런데 연간 예산을 상회하는 공사비 1,692억원을 들여 경기장을 짓겠다고 한다.

『내년 상반기에 자동 탈락하는 도시가 나올 것입니다』 이는 정부 고위관계자의 고백이다. 10개 도시개최의 비현실성을 담고 있는 것이다.

정부도 이를 우려, 10월 중순께 개최능력이 의심되는 일부 도시에게 포기의사를 타진한 바 있다. 하지만 한결같이 개최의사를 강력히 표명했다. 물론 여기에는 일부 지자체 관계자들의 강력한 정치력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이들의 약속만 믿다가 기한내 경기장을 완공치 못해 대회준비에 차질을 빚을 경우와 경제성을 무시한 과잉투자로 생길 지자체 재정파탄의 경우도 생각해야 한다. 공사중 국고지원을 바라는 「BJR」식 배짱도 생각할 수 있다.

FIFA 캘린더상으로 개최도시는 내년 5월15일까지 확정하면 된다. 하지만 이는 모든 예비점검을 마치고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한다는 상징적인 날짜다.

따라서 지금이 이 문제를 거론해야 하는 「마지막」 시기인 셈이다. 개최도시 조정은 조직위나 지자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10개 도시로 부터 확약서까지 받은 조직위가 포기를 강요할 수도 없고 시민들과 약속한 월드컵 개최를 지자체 스스로 반납할 수도 없는 일이다. 중앙정부만이 조정과 해결이 가능하다. 「내년 상반기의 자진사퇴」를 무작정 기다릴 수는 없다.

21세기의 첫 머리를 여는 인류의 축제를 우리의 준비 부족으로 망칠 수도 있는 불씨를 지금 다스려야 한다. 「마지막」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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