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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동양인 감독 가족영화 2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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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동양인 감독 가족영화 28일 개봉

입력
1998.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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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무너지나… ‘가족복원’의 갈망/박철수 ‘가족시네마’­무대·대사·배우 모두 일본.재일동포 2·3세 상처 그려/대만 리안 ‘아이스 스톰’­죽음후 깨닫는 소중한 가정.美 70년대말 性탐닉 담아가족이라는 울타리가 불안하다. 아니 벌써 무너져 버렸나. 그를 바라보는 두 동양인감독. 박철수와 대만출신 리안(李安)이다. 가족이 흔들리는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복원은 가능한가, 있다면 방법은 무엇일까를 탐색한다. 그것도 낯선 일본과 미국에서 이방인으로. 스타일은 다르지만, 섬세한 시선만은 같다. 훌륭한 원작(소설)이 있기에 가능한 작업이기도 했다.

「가족시네마」는 일본을 무대로 일본배우가 나와 일본어로 대사를 하지만 박철수 감독의 영화찍기가 그대로 살아 있다. 「301, 302」이후 그는 두 가지 방식을 고집한다. 먹고 마시고 죽고 싸우고 하는 일상에서 인간의 욕망과 본질을 찾는다. 오래 연습하고 준비하면서 마치 연출을 거부하는 듯한 즉흥적이고 감각적인 빠른 촬영은 영화 속의 일상을 다큐멘터리처럼 보이게 하며 사실성을 높인다. 다소 거칠지만 상황충돌로 감정과 심리변화를 포착한다.

「가족시네마」에는 그 특징들이 잘 살아 있다. 지난 해 아쿠타가와(芥川)상을 받은 재일동포 유미리(柳美里)씨의 동명소설의 분위기를 뒤집었다. 상처와 미움으로 흩어진 재일동포 2, 3세의 모습을 희극화해 오히려 가족해체의 아픔과 복원의 어려움을 드러낸다. 가족영화를 찍기 위해 20년만에 한 자리에 모인 가족, 실업자가 된 아버지 하야시(양석일), 연하의 남자와 사는 어머니 기요코(이사야마 히로코), 그리고 두 딸과 외아들. 감독은 영화찍는 과정을 담듯 그들의 영화 속 연기와 실제상황을 뒤섞어 가족해체의 원인을 하나 둘 드러낸다. 좁은 공간에서 다양한 구도를 잡아내는 촬영의 채치도 박감독만의 장기. 일본배우가 주연이라 국내 상영이 불투명했다가 정부의 일본문화개방으로 뜻밖에 빨리 선을 보이게 된 일본영화 아닌 일본영화이다.

지난 해 칸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은 「아이스 스톰」의 원작은 릭 무디의 소설이다. 「결혼피로연」「음식남녀」의 리안감독은 70년대말 미국 가정을 흔든 것은 성의 탐닉이라고 생각한다. 코네티컷의 뉴캐넌에 사는 벤(케빈 클라인)이 이웃집 여인 제이니(시고니 위버)와 바람을 피우고, 그 사실을 알고 절망하는 아내 엘레나(조앤 알렌)는 스와핑(부부를 교환하여 서로 즐기는 행위)파티에 참가해 제이니의 남편을 선택한다. 열네살짜리 딸 웬디는 제이니의 아들 마이키를 상대로 성의 호기심과 욕구를 표현한다.

영화는 이 모든 것을 『죽음으로 치달을 수 있는 불안한 미지의 세계』로 본다. 아이스 스톰(내리자마자 곧바로 얼음으로 변하는 폭풍우)이 휘몰아쳐 무너진 전신주에 마이키가 감전돼 죽으면 그들은 마치 통과제의를 치른듯 가족의 울타리로 돌아온다. 동양의 요리사가 서양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는 듯한 색다른 느낌의 영화지만 「가족의 소중함」을 얘기하기 위해 너무나 먼 길을 걷는다. 「에이리언」의 근육질 여전사 시고니 위버의 여성연기를 보는 것도 조금은 부담스럽다. 모두 28일 개봉한다.<이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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