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지하시설 현장조사 관철” 한목소리/미사일 개발 우려 표명 공동 저지 노력21일 열린 한미 정상회담은 양국이 북한문제에 대한 인식과 대응, 그리고 큰 틀의 전략에 있어서 일단 「이상없는」공조체제를 유지하고 있음을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빌 클린턴 미대통령은 우선 북한 금창리 지하시설 의혹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요소이며, 제네바 합의의 성공적 이행에 장애가 되고 있다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이와 함께 두 정상은 북측이 인공위성 발사를 통해 사실상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개발을 현실화한 것에 우려를 표명하고 이를 저지키 위한 공동노력을 다짐했다.
그러나 두 정상은 이같은 일련의 사건들이 대북포용정책의 큰 틀을 바꿀 만한 요소는 아니라는 데도 인식을 같이 했다. 앞으로 지하시설 현장방문 조사를 관철시키는 방법도 압력보다 협상쪽에 무게가 실릴 것임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우리측은 금창리 시설의혹은 이미 장기간 계속돼온 것으로, 사태를 새삼스럽게 악화시킬 만한 새로운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같은 입장의 행간에는 최근 북미간 갈등이 조성된 게 실체적인 정황에 따른 것이 아니라 미국의 국내사정 때문일 것이라는 분석이 깔려 있다.
클린턴 대통령은 실제로 회담에서 내년 6월1일까지 북한의 지하시설 성격규명과 중·장거리 미사일 개발억지 등 가시적인 성과를 얻지 못하면, 미의회로부터 중유공급비용 등 대북관련 예산을 타낼 수 없다는 미행정부의 고충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중간선거를 전후해 미국 조야에서 대북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한 마당에 새로운 핵의혹을 용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대통령은 양국 공조하에 추진해온 대북 포용정책이 경협활성화, 4자회담의 진전 및 판문점 장성급 회담의 재개 등 긍정적 성과를 내고 있는 상황임을 강조했다. 실체가 불분명한 지하시설 의혹 때문에 제네바 핵합의의 틀이 파괴될 경우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을 것」이라는 손익 계산도 제시했다. 무엇보다 94년 봄 「북폭론」이 제기됐을 때와는 달리, 지금은 긴장이 조성될 경우 한국경제가 치명적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이해시키려 노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앞으로 북한 지하시설의 의혹은 식량지원 문제, 미국의 대북경제제재 조치 해제 등 다른 현안과 맞물려 복잡하면서도 점진적인 해결의 길을 걷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 양국이 북한을 설득할 방안이 무엇인지, 대북포용정책의 틀이 끝까지 유지될 수 있을 지 여부는 이달말께 워싱턴에서 재개되는 북미간 2차 협상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유승우 기자>유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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